더욱 심각한 것은 감사원과 사정기관의 제재 조치에도 해마다 한국전력의 부정 부패 사례가 줄지 않고 있어 도덕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상임감사들의 무사안일한 태도에서 원인을 꼽는다. 불편부당한 감찰활동을 벌여야할 감사들이 '낙하산 부대'로 전락하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무책임하게 사퇴하면서 업무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본부는 2008~2011년 네 차례에 걸쳐 H사로부터 터빈밸브 작동기 35대를 구매하면서 적정가(149억 8000만원)보다 55억 9000여만원이 비싼 205억 7000여만원을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고리원전 A차장 등 직원 3명이 구매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A과장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저압터빈 조속밸브작동기 칼럼 등 부품 3종을 납품업체 B사에 무단 반출했고, B사는 이를 작동기에 장착해 정품인 것처럼 한수원에 납품, 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올렸다.
이를 위해 A과장은 반출증을 조작하고 상급자 사용자계정과 비밀번호까지 도용해 내부관리가 얼마나 허술한 지 드러냈다. 앞서 2월에는 고리원전 납품비리와 관련, 검찰 내사를 받던 직원이 숨진 채로 발견돼 파장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한전KDN이 최근 3년간 2600여건 7600억원에 달하는 무분별한 수의계약을 부당한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과도한 수의계약은 불필요한 비용부담을 발생시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기료 인상이라는 부담으로 돌아간다.
특히 한전 KDN은 앞서 국감에서도 수의계약을 축소하라는 경고를 수차례 받은 뒤라 혀를 내둘르게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전은 지난해 460%의 성과급 돈잔치를 벌였다. 조 단위 부채로 이자비용만 연 2360억원이 늘었는데도 '철밥통'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성과급을 오히려 1143억원이나 늘렸다. 한전 주주들은 영업이익이 수년째 적자라는 이유로 배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한전=낙하산 부대'라는 오명도 끊이질 않는다.
현재 한전과 자회사 한전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 가운데 이른바 MB라인으로 꼽히는 상임감사는 ▲한나라당 제2사무부총장을 지낸 한대수 한국전력 감사를 비롯해 ▲신우룡 (대통령 취임준비자문위원) 한수원 감사 ▲서병길 (한나라당 정책위 심의위원) 한국가스공사 감사 ▲김선종 (경상북도 4선 도의원) 남동발전 감사 ▲백해도 (현대 C&C 부사장/동지상고) 동서발전 감사 ▲남동우 (한나라당 도당 부위원장)서부발전 감사, ▲김무일 (대통력직인수위 외교안보 자문위원) 한전KDN 감사 등 7명이다.
현 정부의 '자리 챙겨주기'식 인사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특히 남부발전과 지역난방공사는 각각 유형욱(6회 경기도의회의장)감사, 윤태진(전 인천남동구청장)감사가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갑작스레 사퇴해 업무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 혁신을 통해 탈(脫) 공기업을 외치는 한국전력이 조직의 사실상 2인자라는 상임감사에 정치권 인사로 대부분 채워 넣은 자체가 넌센스"라며 "내부 비리를 찾기보다는 자리를 보전하는데 더 급급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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