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늘어난 낸드플래시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이 그린 하이닉스호 로드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우시(無錫) 공장은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현지에서 가능한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사장이 언급한 계획은 낸드플래시다. 하이닉스는 현재 우시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검토를 마쳤다. 최 회장이 최종 결재하는 것만 남았다.
권 사장은 이날 "우시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 중국 현지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중국에서 낸드플래시 수요는 폭발적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세계 모바일기기 시장에서 중국 현지생산 비중은 태블릿 PC가 96%, 스마트폰 37%, 노트북은 49%를 기록할 만큼 절대적이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이미 중국 현지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2013년까지 10나노급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중국 공장을 더 늘릴 계획이다.
하이닉스 또한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충분한 실탄을 마련했다. 올해 시설투자에만 최소 4조2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작년 3조500억원보다 20% 늘었다.
특히 올해 투자액 가운데 절반이 낸드플래시 부문에 쓰인다. 연간 투자액 가운데 절반 규모가 낸드플래시에 투자되는 것은 하이닉스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연초 낸드플래시 부문 강화를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투자처를 밝히지 않았다"며 "중국 우시 공장에 집중적으로 투자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지난달 21일 우시 공장을 방문, 이 공장의 역할을 강조한 점도 낸드플래시의 중국 현지 생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 그룹은 중국에 다른 중국기업인 SK를 건설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라는 글로벌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며 "우시 공장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현지화시켜 SK는 물론 중국이 발전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하이닉스에 대한 경영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최 회장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최 회장은 현재 하이닉스 이천 공장에 집무실을 만드는 한편 임원들로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고 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는 등 젊은 시절부터 반도체산업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며 "하이닉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한 뒤 이천과 청주 공장을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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