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인대에서는 7.5%라는 중국 국무원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됐다. 중국은 그동안 경제성장률 목표치의 하한선을 8%로 잡아왔다. 중국이 8% 이하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올해 경기상황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음을 반영한다. 그리고 2010년 하반기부터 지속됐던 금융긴축정책을 쉽사리 완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또한 이는 노동집약적이며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산업구조를 자본집약적·기술집약적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전인대에서 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2011∼2015년)을 승인하면서 이 기간 중의 경제성장 목표치를 7%로 제시한 바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4일 전인대 폐막 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유럽 재정위기로 중국 경제는 하강 압력에 직면하게 됐으며, 올해는 중국의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경제성장률 목표를 하향조정한 것은 좀 더 지속가능한 성장세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성장률 목표 하향은 경제 구조조정에 필수적"이라며 "중국은 노동력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첨단기술에 좀 더 의존하는 경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 발표 후 많은 나라의 경제학자와 언론이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며 "중국 경제가 불균형, 지속 불가능의 문제 등을 극복하고 질적 발전의 길을 걷는다면 세계 경제 발전에도 근본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인대에서는 부동산 가격 조정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원 총리는 "지금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 시장이 버블 확대로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은 아직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무원은 전인대에서 부동산세 시범실시 지역을 베이징 등지로 확대시킬 예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사회안정에 대한 대책들도 쏟아졌다. 현재 중국 사회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신장(新彊)위구르자치구와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의 독립운동이다. 전인대에 참석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바이커린(百克林) 주석은 "신장지역은 이미 안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역사회는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시짱자치구의 바이마츠린(白瑪赤林) 주석 역시 "사회안정을 위해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한편, 시위 등 분리주의 행위는 철저히 봉쇄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인대 기간 중 후진타오 주석은 시짱자치구 대표단을, 시진핑 부주석은 신장위구르자치구 대표단을 각각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이달 말 홍콩 행정장관 선출을 앞두고 직선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홍콩 역시 변화가 아닌 안정이 강조됐다. 원 총리는 "홍콩은 다수가 원하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면서 "홍콩인들이 홍콩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또한 이번 양회를 통해 민생개선과 공동부유 등을 강조하는 한편 양로보험 확대, 사회관리 강화, 의료체제 개선 등 사회안정 정책들도 쏟아냈다. 앞으로는 전인대 대표 선출 때 도시와 농촌의 인구비례를 고려하도록 하고 당과 정부 인사의 비중을 낮추기로 해 민주제도를 보다 확대시켰으며,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인권개선에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원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문화대혁명'까지 직접 거론하면서 정치개혁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원 총리는 "정치체제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적 비극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 총리는 "책임감에 정치체제 개혁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며 "비록 (문화대혁명의 주범인) 4인방을 분쇄한 이후 우리 (공산)당은 약간의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고 개혁개방을 시행했지만 문화대혁명의 잘못된 영향은 완전히 제거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발전에 따라 빈부격차, 부패 등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체제의 개혁뿐 아니라 정치체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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