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일본 대마불사론…한국 기업은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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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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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제조업 20년 전으로..中 저가제품 위협적

한국 대표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기업들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일본의 추락 궤적에서 한국의 현실을 직시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근로자가 TV를 제조하는 모습.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절대 강자' 일본 기업들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제조기업 총매출 규모가 400조 엔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1990년 수준에 불과한 규모다. 기업 수익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자만심'과 '오만'이 이러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진단한다.

일본 기업은 개량형 혁신에 치중하다가 시대 흐름을 놓쳤다는 평가다. 양적 확대에 치중한 기술경영과 원천기술에 치우친 연구·개발도 패착이었다.

일본 기업이 부진한 틈을 타 한국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정상에 올랐다. '추격자'(Follower)에서 '혁신자'(Innovator)로 위상이 변화한 국내 기업에도 새로운 도전이 요구되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일본 선사인 산코라인이 최근 채무조정에 나섰다. 고유가와 과도한 용선이 빌미가 됐다. 이 회사는 일본 선사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해운강국' 일본이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산업은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엔고와 시황 악화로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는 엘피다는 최근 파산보호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엘피다는 일본 유일의 D램 제조업체였던 만큼 충격은 더욱 크다.

전자업계 '투톱' 소니와 파나소닉도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소니는 분기별로 8연속, 연도별로 4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파나소닉의 지난해 적자규모는 일본 기업사상 최대 수준이다.

일본 업계 4위인 미쓰비시자동차도 지난달 네덜란드 보른에 있는 현지 공장에서 올해 말까지 생산을 중단키고 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가 유럽 내 공장 생산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1960년대의 7.5%에서 2000년대에는 3%대로 떨어졌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2008과 2009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대에 그쳤다.

◆실패 기업의 함정

일본 기업은 1980년대까지 에너지 절약기술 활용 등 기술 트렌드에 적응, 경쟁력을 높여왔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그렇지 못했다.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을 주도하려는 모습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기존 제품 개량을 통한 품질개선 노력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신흥국 기업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렸다. 현장 주도의 추격자 시대의 기술경영체제를 고수하면서 연구·개발 예산만을 늘려 선도적인 기술의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투자에 비해 성과가 미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업체들과 전자업체 소니를 꼽을 수 있다.

세계 조선업을 1990년까지 주도했던 일본 기업들은 1970년대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다. 1973년 1차 석유파동으로 장기 호황이 끝나면서 세계 신조 선박 수요는 70% 이상 급감했다.

일본 조선사들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설계인력을 대규모로 해고했다. 당시 시장을 주도했던 벌크와 탱커선의 표준설계가 이미 완성됐고, 새로운 선형에 대한 수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20년간 지속된 일본의 독주는 1990년대에 들어서며 컨테이너선·LNG선 등 다양한 선박 수요가 늘면서 막을 내렸다. 설계인력 부족으로 선주들의 요구에 맞춰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니도 마찬가지다. 소니는 브라운관TV '트리니트론'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승리에 도취된 소니는 화질과 성능이 브라운관만 못했던 초기 LCD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시장 흐름은 소니의 생각과 반대로 흘렀다. LCD TV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던 삼성전자·LG전자는 소니를 꺾고 글로벌 TV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선택은

한국 기업은 IMF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일본 기업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일부 업종에서는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20년 전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중국 저가TV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의 아시아 TV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저가TV들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불황으로 인한 저가TV시장의 성장은 고급제품보다는 저렴한 상품이 시장을 주도해나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삼성과 LG 제품은 1백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TV시장을 고급제품 위주로 이끌고 있다. 시장 흐름을 잘못 짚을 경우 중국 기업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자사의 성공과정이나 자사의 조직역량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시장과 기술 흐름에 맞게 사업영역을 확장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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