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동당, ‘요람에서 무덤까지’ 구호로 압승
영국에서 1945년 전후에 벌어졌던 상황은 복지논쟁이 한창인 2011년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영국의 정치지도자들은 국민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종전 후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 했고, 전시 연립내각인 처칠(Churchil) 행정부는 1941년 이를 위한 위원회들을 구성했다. 윌리엄 베버리지(William beveridge)는 그러한 위원회 가운데 하나인 ‘사회보험 및 관현 서비스에 관한 조사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베버리지가 1년여의 활동을 거쳐 1942년 12월에 출판한 보고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부 간행물센터 앞에는 보고서를 사려는 사람들이 1마일이나 줄을 서 있었다고 한다.
정식 명칭이 ‘사회보험 및 관련서비스(Social Insurance and Alled Services)인 베버리지보고서는 부모 소득과 관계없이 아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아동수당, 누구나 자유롭게 치료를 받는 무료 의료시스템,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게 하는 노동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생할수준, 즉 국민 최저선(National Minimum)을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교육, 무상의료는 물론 취업까지 보장해 줄 것 같은 희망을 주었으니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있던 영국 국민들은 당연히 환호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독일과의 전쟁에도 악전고투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전시내각은 종전 이후로 실행을 미루자고 했다. 하지만 영국 국민의 폭발적인 기대를 져버릴 수는 없었다. 야당인 노동당이 앞장섰고, 사회보험부 신설 및 아동수당 제공을 위한 2개의 법은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제정됐다.
1945년 5월 7일 독일이 항복함에 따라 영국은 전시의회를 해산하고 7월 5일 총선거를 실시했다. 선거의 최대 쟁점은 전후 발전방향이 아니라 베버리지보고서의 내용을 실현할 수 있는냐는 것이었다. 제1당이던 보수당은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며, 전후 복구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복지확대는 국가 백년대계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았지만 차마 반대할 수는 없어서 어정쩡하게 보고서 내용 실현을 공약했다. 그러나 노동당은 적극적 실천과 대대적 복지확대를 내세웠다.
선거 결과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주역인 처칠 총리가 참패하고 말았다. 그는 종전 두 달 만에 그때까지 단독집권 경험이 없었던 노동당에 정권을 내주었다.
◆ 여전히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여야
영국 정치권은 여전히 과잉 포퓰리즘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기침체를 해결하는 방안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증세가 아닌 감세를 통해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도 만들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플랜B‘다.
이에 대해 집권여당인 보수당은 ’TINA(There Is No Alternative)‘로 맞대응을 하고 있다. ’더 이상 대안은 없다‘는 뜻으로 과잉 포퓰리즘의 부산물인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정긴축과 증세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표현이다.
보수당은 부가가치세를 20%까지 올렸고 법인세도 26%까지 상향 조정했다. 정권을 잡으면 노동당은 부가가치세를 내리고 보수당은 반대로 부가가치세를 올리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국민들의 생활은 더욱 피폐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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