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011년 말 기준 중국 양로기금 전체 액수는 1조9200만 위안으로 잠정 집계된다. 특히 광둥성 양로기금 잔액은 2471억4800만 위안으로 중국 성시(省市) 중 가장 많다. 그래서 광둥성 양로기금 위탁투자는 산둥(山東)·저장(浙江)·장쑤(江蘇) 등 양로기금을 1000억 위안 이상 보유한 타 지역의 시범적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양로기금을 사회보장기금에 위탁운영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지방 정부는 양로기금을 직접 운용해왔다. 현행 규정에 따라 양로기금은 은행예금에 90%. 국채에 10% 미만 투자할 수 있도록 돼있다. 수익률이 형편없을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최근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돈을 은행에 묵혀두었다가는 손해보기 십상이다. 지난해 중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4%에 달했다. 반면 중국 전체 양로기금 수익률은 2%도 채 안됐다. 실질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약 1000억 위안의 손실을 본 셈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사회보장중심 주임 정빙원(鄭秉文) 2000년 들어서 양로기금 손실액 6000억~7000억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심각한 고령화 사회 압력에 직면한 중국으로서는 양로기금을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깎아먹을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반면 사회보장기금 자금 운용 수익률은 썩 괜찮은 편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1~2011년 11년 간 사회보장기금 투자수익은 총 2847억 위안에 달했다. 연간 평균 수익률은 8.41%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보다 6%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양로기금을 사회보장기금에 위탁 운용하면 무엇보다 증시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사회보장기금은 자금의 40%를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 은행예금과 국채에만 투자할 수 밖에 없는 양로기금과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이는 현재 침체한 중국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 투자자에게 한줄기 희망으로 다가왔다. 광둥성을 신호탄으로 향후 다른 지방정부도 여기에 동참하면서 거액의 양로기금이 증시에 밀려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왕차오(王超) 애널리스트는 양로기금을 '중국판 401K(미국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에 비유하며 “양로기금의 증시투자가 활성화되면 매년 A주 시장에 2000억~3000억위안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중국 증시의 유동성 부족 문제를 덜어주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로기금의 증시 유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중국 증시가 약세장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 중국인의 ‘생명줄’과도 같은 양로기금을 증시에 투자했다가 손해라도 보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냐는 것.
중국 와하하 그룹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이 양로기금의 증시투자를 결사 반대하는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올해 양회에서 “중국 증시에는 불확실 요인 너무 만연해 리스크가 크다”며 “양로기금은 증시보다는 안전한 국유기업, 통신·석유화학·은행업 등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회보장기금도 지난 2008년 증시에 투자했다가 400억 위안에 육박하는 거액의 손실을 낸 뼈 아픈 경험이 있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인식한 듯 사회보장기금 측도 웹사이트를 통해 “양로기금의 시장 위탁운영이 증시 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양로기금은 향후 국채, 은행예금 등 고정수익성 상품에 투자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궈톈융(郭田勇) 중앙재경대 교수는“양로기금 투자운영의 목표는 ‘바오즈쩡즈(保値增値 안전투자)’”라며 “저리스크. 저수익률의 투자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만큼 고정수익 상품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1000억 위안의 거액이 사회보장기금을 통해 운영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각 자산운용사, 증권사들도 1000억 위안의 ‘거대한 파이’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마치 양로기금은 당나라 때 불로장생 소문이 나돌면서 모든 잡귀가 먹으려고 달려들었다는 '서유기'의 ‘당승육(唐僧肉 스님의 인육)’과 같은 것이 됐다. 하지만 양로기금은 중국인의 생명줄이지 중국증시를 따맡을 흑기사가 아니다. 양로기금이 금융투기용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중국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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