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실물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이른바 '3월 바닥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체감 지표와의 괴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겉과 속이 다른 수박 지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총선을 일주일여 앞둔 상황에서 복지 포퓰리즘에 맞선다는 의지도 한풀 꺾였다는 것이 대내외적인 분석이다. 신흥국의 경기침체와 치솟는 유가문제 등 대내외적 경제환경도 박 장관의 고민을 깊게 하는 이유다.
◆ 국내 경기 상승추세 ‘맑음’?…김칫국 마시면 ‘안돼’
최근 들어 소비자물가가 2%대 상승하고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전망도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되는 등 잇따른 낭보가 들리고 있다. 모처럼 박재완 장관의 얼굴엔 화색이 도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실물 체감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 등골이 휘고 있어 희비가 교차된다.
지난 2일 광주를 방문한 박 장관은 "(물가가) 지난해보다 안정세를 찾은 것은 맞다"면서 "보육료와 등록금 등 정부 지원으로 인해 0.5%포인트 하락효과를 나타냈다"며 연신 웃음을 보였다.
실제로 물가는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이 채소류·생활용품 할인판매를 진행하고 지자체의 공공요금 동결, 정부의 보육시설 이용료와 무상급식 등이 확대되면서 안정세를 찾고 있다.
정부가 서민 부담으로 작용하는 등록금과 보육료 등을 중첩해 지원책을 펼친 것도 가시적 효과를 보고 있다. 생산과 소비 등 실물지표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이를 뒷받침한다는 얘기다.
박 장관은 이날 "실제로 서민들한테는 등록금 내는 부담, 보육료 내는 부담이 줄어들어 생계비 부담이 줄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갖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휘발유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고, 관련 석유제품도 잇따른 강세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압박하고 있다. 생활물가에서 큰 빈도를 차지하는 농산물 등 채소류 또한 구입하기 버거울 지경이다.
◆“복지 포퓰리즘 때문에…….”시름 깊어지는 박 장관
복지 포퓰리즘도 박 장관의 고민을 더 깊게 한다. 본격적인 정치 시즌을 맞이하면서 재정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는 복지공약들이 물밀 듯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 장관은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에 맞게 복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복지 포퓰리즘을 견제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초반보다 의지가 꺾이고 있다.
애초 박 장관은 지난달 28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제3차 복지TF 회의를 열고 양당의 공약에 대해 재원조달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공언했지만 "다만 그 결과 발표 여부는 선관위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전제를 단 바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재부의 복지TF에 제동이 걸렸다. 3일 예정돼 있던 복지TF 회의가 돌연 연기된 것이다. 4일 오전으로 미뤄진 회의 결과의 발표 수위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 수위가 1차 발표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1차 회의 때는 정치권이 발표한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연간 최대 67조원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총선이 끝나도 박 장관의 고심은 계속될 듯하다.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가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 밀려오는 복지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MB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관리나 대·중소기업 상생, 소비자 권익 강화 등의 정책에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정부에 지나친 '대기업 때리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대외 변수는 여전히 박 장관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부분이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 경제도 침체기를 맞으면서 한국 수출의 변수로 떠올랐고, 유가는 나날이 치솟아 복병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본지가 주최한 아·태 금융포럼에 참석, 올해 국제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자본 유출입'을 꼽으면서 정책에 대한 불안감도 드러냈다.
대내외적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에 박 장관의 한숨은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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