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효과 '無'..수입업자들 배만 불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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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1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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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효과를 기대하기엔 아직 이른 탓일까. 한미FTA가 발효된지 한달이 되가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주무 부처 수장까지 나섰지만 효가는 별로 없다.

가뜩이나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서 한미 FTA 효과를 크게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의 여러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관세 철폐 수입제품의 소비자가격은 한미 FTA 발효 이전과 큰 변동이 없다. 관세가 완전 철폐된 미국산 오렌지와 포도 주스의 소비자 판매가격은 FTA 발효 이전과 똑같다.

미국산 '웰치스'의 포도·오렌지 주스 160㎖ 1병은 각각 1000원으로, FTA 발효 이전 가격과 동일한 값에 판매되고 있다. 1ℓ짜리 웰치스 포도 주스도 4100원으로 여전히 변함없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산 '밀러' 맥주도 관세가 30%에서 27.5%로 인하됐지만 355㎖ 1병의 판매가격은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모두 2400원으로 한미 FTA 발효 이전과 같다.

미국 보스턴 맥주인 '사무엘 아담스' 역시 홈플러스와 이마트에서 355㎖ 1병에 2750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위스키의 경우 5%의 관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발렌타인 17년산 위스키'가 대부분 종전 가격인 14만5000원선에 거래됐다.

가전·주방 품목에서는 브라운 전동칫솔(13만5000원), 테팔 전기다리미(6만5000원), 휘슬러 프라이팬(12만8000원)이 8%의 관세 철폐 후에도 이전과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서울 강남의 한 쇼핑몰을 방문해 유통업계의 가격인하를 주문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매 가격은 품목별로 공급사와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일부 품목은 재고도 소진돼야 하고 위스키의 경우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가격이 인하되기 때문에 당장 가격인하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FTA 효과를 소비자들이 체감하려면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정부와 소비자단체가 함께 나서 유통구조의 비효율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장바구니 물가의 관세인하 혜택은 쉽지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업체간의 경쟁을 촉진해야 가격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데 수입업자들이 일부 품목을 독점 판매하거나 관세혜택 만큼 이익을 그대로 취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지수는 내려가지 않는다"면서 "최근 칠레산 와인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유럽연합(EU)산이 들어오면서 미동을 보이다가 미국산까지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촉발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와인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칠레산 '1865 까베르네 소비뇽'은 올해 초만 해도 병당 가격이 5만8000원이었다가 저가의 경쟁 제품이 수입되면서 칠레와의 FTA가 발효된 지 10년만인 지난 3월에야 5만2000원으로 가격을 10%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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