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양주소방서장 = 예전에 모 신문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시어사(侍御使)는 임금에게 과실이 있을 때에 노여움으로 거슬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장상대신(將相大臣)에게 허물이 있으면 규탄하여 바로잡고, 종실의 귀척으로 교만하고 간악하면 탄핵하며, 간사한 소인이 조정에 있으면 쫓아내고, 세도에 붙어 뇌물을 받거나 이권을 탐하면 물리쳐 모든 벼슬아치가 두려워하게 되니 그 직책이 어찌 중하지 아니한가“
이 글은 조선시대 세조 때 학자 서거정이 쓴 글로 조선시대 고위 공직자 조사기관의 정신이 담겨있다.
조선시대 나라의 기강을 잡는 사헌부(司憲府)의 드러나지 않는 별도 조직에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라는 병정직이 있었으며 비위를 저지른 고위 공직자에 대해 죄목을 널빤지에 적어 당사자인 고위공직자의 집에 가 대문에 내어걸고 담벽 둘레를 가시덤불로 둘러 폐쇄시켰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각종 부정부패, 비리 사건으로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 함바 비리, 대기업 비리, 서울시장 선거 선관위 디도스, 민간인 불법사찰 등 각종 사건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대부분이 솔선수범해야 할 사회지도층 인사와 고위 공직자가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더 안타까운 것은 웬만한 사건은 무감각해 질 정도로 이런 비리에 익숙해져 간다는 점이다.
부정부패는 항상 권력과 함께해 왔다. 그리고 그런 권력에 상위층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사회지도층 또는 고위공직자다.
부패가 만연한 사회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지 못하고 다시 권력은 권력을 가진 자가 다시 독점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또 부패는 불신을 낳고 불신은 모든 부문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국민들은 끊임없이 청렴을 요구한다. 특히 공공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공분야에서의 비리는 용서가 없다. 공공기관에서 부패, 비리가 발생하면 국민들은 바로 홈페이지 게시판으로 달려가 질타를 하고 반성을 요구한다.
청렴사회를 위한 핵심 열쇠는 사회지도층 인사와 고위공직자의 역할이다. 가진 자와 힘 있는 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뜻이다. 먼저 실천하고 아랫사람들이 따라 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청렴은 목민관(牧民官)의 본무(本務)요 모든 선(善)의 근원이요 덕의 바탕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능히 목민관이 될 수 없다.”
정약용이 말한 것처럼 고위공직자의 청렴의 실천은 예부터 강조되어 왔다.
더러운 물에 가재가 살 수 없듯이 오염된 사회에서 청렴한 사람이 살 수 없다. 고위공직자가 청렴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하며, 고위공직자가 실천할 때 파급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사실 어려운 얘기를 할 필요도 없다. “윗물이 고와야 아랫물이 곱다”라는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속담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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