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소극적 태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가 있다. 기자는 2010년 10월경 지경부 관계자로부터 “4~5년 뒤 석유시장 공룡들과 겨뤄보겠다”는 삼성토탈측의 다소 민감한 발언까지 전해 듣고 보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상 삼성토탈이 굳이 마케팅비용이 많이 드는 주유소시장까지 진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석유공사에만 안정적으로 파는 게 더 이득일 것이다. 삼성토탈은 LPG도 처음엔 충전소 브랜드를 내걸었지만, 지금은 소매업에서 발을 빼고 대리점단계에서만 공급하고 있다. 오히려 그 후 판매량이 더 급증해 LPG수입사와 정유사들을 불안케 만들었다.
주목할 것은 삼성토탈이 1조6000억 규모의 화학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방향족설비(PX 생산설비)다. 삼성토탈이 현재 일본에 팔고 있는 휘발유는 바로 이 방향족설비 공정의 부산물에서 나온다. 방향족 제품은 그자체로 전망이 매우 밝다. 중국을 중심으로 PX를 구매하는 수요업체가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어서다. 따라서 삼성토탈은 향후 PX 판매량도 늘리고, 설비 증설로 덩달아 늘어난 부산물도 아무 걱정 없이 휘발유로 가공, 내수시장에 내다팔 수 있게 됐다. ‘일석이조’의 투자인 셈이다.
삼성토탈은 석유공사를 통해 힘 안들이고 내수시장 공급 인프라를 확보하게 됐다. 특혜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정유사 과점을 깨기 위한 정부의 의도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특혜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고민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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