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하효과를 기대하기엔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지적이다. 최대 공급자인 정유사의 참여가 소극적여서, 이는 단기간 내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거래소 및 업계에 따르면 석유전자상거래가 개장된 3월 30일부터 지난 4월 27일까지 휘발유는 48만리터, 경유는 162만리터가 거래됐다. 국내 한달 소비량에 비하면 휘발유는 0.05%, 경유는 0.1% 정도의 규모다.
◆팔짱 낀 정유사= 당초 업계의 예상대로 정유사의 시장 참여는 드물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정유사의 판매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정유사는 “구매자가 적으니 (좋은 가격에)팔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유사 상표 주유소는 공급계약 때문에 시장 참여가 힘든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혼합판매’를 유도하고 있어도 여전히 실효성이 없다는 게 주유소업계의 전언이다.
하지만 거래소 관계자는 “구매자 등록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해, 자가폴 주유소 등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00여개의 회원사를 보유한 자영주유소연합회도 구매자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유사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단기간내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유사가 먼저 좋은 가격을 제시해 구매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것. 하지만 주유소업계는 석유공급자간 경쟁유도가 취지인 전자상거래 시장에 정유사가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고도 지적한다.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가)정부 압박에 못이겨 공급자로 등록은 했지만,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석유수입사의 부흥?= 결과적으로 향후 시장 활성화는 석유대리점과 석유수입사에 달렸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휘발유는 한달 내내 일일 거래물량이 10만리터를 넘지 못하며 정체된 모습이지만, 경유는 27일 54만리터를 판매해 최대 실적을 갱신하는 등 거래가 늘고 있다. 이는 “석유수입사가 주도하고 있다”고 거래소측은 전했다. 국내 시가에 비해 수입산 경유가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에도 휘발유 수입은 전무했지만 경유는 일본으로부터 수입량이 증가했었다.
정부는 석유전자상거래내 물량에 한해 0%의 할당관세 적용 및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 환급을 추진키로 해, 향후 경유판매는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수입사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효과를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경유를 수입해 와 전자상거래서 전량 팔리지 않으면 힘들어지기 때문에 구매자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휘발유는 국내 품질 규격이 완화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수입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론 국내 정유사를 견제하면서 수입산을 장려하는 기름값 정책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도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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