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혜림 기자=마이크론이 엘피다를 합쳐도 삼성전자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점유율만 보면 단숨에 2위로 올라서면서 1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는 형국이 되지만 자본력·기술력에서 여전히 밀린다는 평가다.
8일 업계·외신에 따르면 세계 4위 반도체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위 업체인 일본 엘피다를 2000억 엔(한화2조8233억원)에 인수하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마이크론은 5년 내에 차세대반도체 개발에 약 3000억엔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모바일 D램 분야에서 엘피다의 기술력을 이용해 삼성전자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42.2%), SK하이닉스(23%), 엘피다(13.1%), 마이크론(11.6%)순이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게 되면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24.7%로,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본력과 기술력 부족 등으로 삼성전자를 따라 잡긴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올 1분기 기준으로 마이크론의 현금성 자산은 2조2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예정된 마이크론 자체 투자금 2조원·엘피다 인수금액 2조8000억원·채권단에 약속한 설비투자 지원액 1조4000억원 등을 감안하면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이크론이 엘피다 인수로 시너지를 기대하는 모바일 D램 부문 기술력 역시 아직까지 삼성전자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 30나노급 모바일 D램을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20나노급 D램 양산에 돌입했다. 반면, 엘피다와 마이크론은 40·50나노급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권오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은 지난주 마이크론이 엘피다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I Don't Care.(별로 개의치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신현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커녕 SK하이닉스를 넘어서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크론의 현금성 자산 범위 내에서 엘피다 인수와 신규투자까지 감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외부에서 자금조달을 해오지 못하면 엘피다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엘피다는 지난 7일 마이크론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부여하고 매각 협상에 들어갔다. 오는 8월 21일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도쿄지방법원에 제출할 경영정상화 계획에 마이크론과의 협상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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