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 20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관전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축구경기가 진행됐다. 특히 이날 경기에는 박지성 선수가 유럽 진출 이후 처음으로 빅버드를 찾아 3만7519명의 관중이 모였지만, 이재용 사장은 목동행을 택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지난 16일과 18일에 각각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요즘 야구경기장에서 재계 총수일가의 모습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재계 오너가(家)의 스포츠 경영 행보가 유독 야구장에서만 두드러지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이유는 '흥행'에 있다. 오너가(家)의 경기장 등장은 늘 화제가 된다. 관중과 호흡하는 총수 일가의 모습은 구단을 넘어 그룹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창출해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수록 효과는 극대화된다.
프로야구에는 K-리그보다 2배 이상 많은 관중들이 모여든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전체 관중 수 68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7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K리그 관중 수는 지난해 총 286만명에 그쳤다. 올해는 11라운드까지 67만728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넘게 줄었다.
대중에 친근한 이미지를 전파하려는 오너 일가에게는 축구장보다 야구장 방문이 훨씬 이득인 셈이다.
경기 일정이 다양한 것도 오너들이 야구장행을 택하는 이유다. 축구는 일주일에 8경기에 불과하지만, 야구는 일주일에 24경기가 치러진다. 올해의 경우 K리그의 총 경기수가 지난해 240경기에서 352경기로 늘어났지만, 프로야구(총 532경기)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 수준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기업 오너들이 물리적으로 시간을 맞추기에는 축구보다 야구가 수월하다.
일각에서는 멘탈스포츠인 야구가 기업 경영의 단면을 잘 보여줘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축구는 체력이 절대적인 반면, 야구는 감독의 전략적 지시가 승패에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 기업을 이끄는 총수의 결단과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하듯 야구에서도 감독의 전략과 선수들의 수행능력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야구가 대중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자리잡으면서,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축구장보다 부각되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오너 일가에게는 야구가) 대중과의 공감 메시지를 전달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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