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텃밭인 중동지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굵직한 사업들을 잇따라 따내며 올해 초 부진했던 해외 수주 실적을 만회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약진 속에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인 700억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 주도의 ‘제2 중동 붐’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5월 들어 해외 수주 러시
한화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이라크 정부와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 공사 본계약을 체결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쪽에서 25km 떨어진 베스미야 일대 1830만㎡에 주택 10만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해외사업 단독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수주 목표액인 700억달러의 10%가 넘는다. 특히 국내 업체의 대한민국 신도시건설 노하우 수출 1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인천 논현동에서 시행한‘인천 에코메트로’ 도시개발사업 경험이 계약 성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대규모 신도시 건설이 이어지는 중동에서 추가 수주에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23일에는 현대건설이 카타르에서 9억8000만달러 규모 고속도로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7일에는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2억5000만달러 짜리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업체들의 사업 영역 확대로 해외 시장도 다변화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23일 베트남 최대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공사(7억1000만달러)를 따냈다. 지난 22일에는 삼성물산이 싱가포르와 몽골에서 총 7억2600만달러 규모의 복합개발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해외수주 700억달러 달성 '파란불'
국내 업체의 해외건설 수주는 2010년(716억달러)를 제외하고는 700억달러는 물론 600억달러도 넘겨본 적이 없다. 2010년 실적도 186억달러 규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5월 현재 국내 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109억3367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189억8296만달러)에 비해 저조한 실적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의 중동 발길이 잦아지면서 1970년대에 이은 제2의 중동 붐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올해 초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 수주액 목표 달성을 자신하는 이유다.
50만가구 주택 건설을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주택장관은 지난 10일 우리나라를 방문해 정부와 업체들에게 건설사업 참여를 공식 요청했다. 국내 업체의 진입장벽으로 여겨지던 건설업 등급도 면제키로 약속하기도 했다.
중동 국부펀드를 활용한 제3국 투자도 이어질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는 자금 문제로 지분 투자를 통한 대규모 해외사업 수주가 쉽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UAE 국부펀드인 인베스트AD(5억2000만달러 펀드 운용)와 제3국 공동투자를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풍부한 '오일머니' 활용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안정되면서 올 하반기에 대거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목표 수주액 달성은 무난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 건설업체 해외 수주액은 2007년 67억달러(16.8%)였지만 지난해에는 48억달러(8.2%)에 그쳤다.
이의섭 건산연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많은 업체들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라며 “중소기업의 해외 보증을 확대하고 대출 규모도 늘리는 등 등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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