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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미술관 1층에서 선보이는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영화를 보는 듯 젊은 이인성을 만나볼 수 있다./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미술관에서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전시가 열린다.
26일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 덕수궁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다.
'향(鄕)'을 주제로 묶은 이 전시는 그동안 천편일률적인 전시형태를 탈피해 눈길을 끈다. 전시장 입구에서 먼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일제 강점기인 1930-40년대 '시대의 천재로 불리웠던 화가', '화가 이인성'의 오래된 흑백사진을 영상으로 담아내, 마치 무성영화같은 누르스름한 화면이 눈길을 잡아끈다.
2:8 반듯한 가르마를 한 젊은 이인성이 귀밑머리 단발머리를 한 큰딸과, 친구들과, 제자들. 또 이젤앞에서 찍은 '화가 이인성의 삶'이 자료들과 함께 펼쳐져 그의 내면속으로 들어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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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덕수궁미술관에서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 설명하는 정영민 관장. |
24일 덕수궁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정형민 관장은 "어떻게 하면 작가의 세계에 가까이 다가서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1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이 준비한 이 전시는 그동안 막연하게 설명되어왔던 여러 영향과 관례들을 사료를 통해 확인하고 재조명해 '인간 이인성'에 보다 밀접하게 전시를 꾸몄다.
그림을 소개하기 앞서 그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공간을 전시장 입구부터 마련했다. 그의 사진과 그가 수집했던 도서와 엽서등 다양한 실물자료가 공개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를 위해 서울과 대구지역에 두달반 동안 사료수집공고를 내어 흩어져있는 사료들을 수집했고 여러차례 전문가들과 사료 평가회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대부분 개인소장품으로 구성된 회화 드로잉 75점과 자료 200여점이 소개된다. 갈라지고 빳빳해보이는 오래된 화폭 귀퉁이에 있는 이인성의 '사인'은 시대별로 다르다. 1930~40년대는 리이ㄴ서ㅇ,이이ㄴ서ㅇ이 제작연도와 쓰여진 반면, 40년대 후반부터는 LEE,IN,SUNG.이라는 영문사인이 붓터치로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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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가을 어느날.1934년 조선미술전람회 출품 특선작.(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
1934년 이인성을 스타작가로 만든 대표작 '가을 어느날'(삼성미술관 리움 소장)과 1944년 제 23회 조선미술전람회 출품작인 '해당화'(개인소장)도 선보인다. 또 얼굴을 옆으로 돌린채 눈을 아래로 깔고 화면 저쪽을 응시하고 있는 자화상(1950)도 눈길을 끈다.
이인성은 1950년 한국전쟁 와중에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어이없게 숨지고 말았다. 검문하던 경찰관과 시비가 붙어 눌러진 총기 오발은 근대기 회화를 정점에서 이끌던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의 나이 39세였다.
18세때인 1928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첫 출품해 입선하면서 '조선의 천재소년'이라는 일본 신문을 장식한 이후 '천재 화가'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인성의 삶은 '요절 화가'로 잊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일본 유학파로 근대기 새로운 화풍을 구축하고 서양화의 전환점을 마련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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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덕수궁미술관 전시장면. |
국립현대미술관 박수진 학예사는 "그가 작품을 통해 추구했던 것은 고향, 향토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서구의 것도 아니고 일본의 것도 아닌 우리미술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향토색을 추구해왔고 결국 우리 정서에 맞는 소재와 강렬한 색채, 상징성으로 1930년대 괄목할만한 작품을 형상화했다"고 소개했다.
미술평론계에선 '천재화가'다 아니다로 아직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번 전시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회화를 작업하며 근대기 치열한 삶을 살았던 한 인물을 가슴으로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다.
26일 개막행사는 1939년 발행된 악보 '물새발자욱'이 한국예술종합학교 크누아 세레나데 4중창으로 공연한다. '물새발자욱'은 이번에 첫 공개되는 사료중의 하나로 윤복진 시인이 작사, 이인성화백이 표지를 판화로 제작했다.
대대적인 시설 복원 공사를 마친 덕수궁미술관은 '이인성 100주년전'을 필두로 한국 근대미술을 걸작을 날마다 관람할 수 있는 '근대미술전문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2층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된 '한국미술 근대미술:꿈과 시'전이 전시된다. 전시는 8월 26일까지. 관람료 무료.(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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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해당화(Sweet Brier Flowers), 1944, 캔버스에 유채, 228.5x146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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