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지난달 유로화 가치가 7%나 급락한 이유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유로화를 대거 처분하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이탈)와 스페인 금융권 부실 등으로 유로존 붕괴 공포가 확산되면서 유로화 자산을 팔고 달러로 바꾸고 있다.
씨티은행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지난 4월 말 외환 보유 규모가 절정에 달했으나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최근 몇 주간 약 70억달러의 보유 외환을 매각했다고 노무라증권은 전했다.
그동안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보유 외환 다변화를 위해 달러를 팔고 유로화를 사들였다. 수출 중심의 신흥국들은 달러 비중이 높아 위험분산을 위해 이 같은 전략을 구사했으나 유로 위기가 확산되면서 다시 달러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리처드 코치노스 외환전략가는 "중앙은행들은 1년 전만 해도 유로 가치 하락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었다"며 "유로존 문제가 불거지며 중앙은행들의 유로화 열정이 금방 식은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유럽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의 CEO들은 그리스가 그렉시트부터 유로존 통화연맹의 붕괴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현금을 회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그렉시트 사태로 그리스 통화가 기존 드라크마를 다시 사용한다면 남은 유로화가 저렴한 드라크마로 전환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네덜란드 맥주회사인 하이네켄은 그리스의 현금 결제방식을 달러 및 파운드로 바꾸고 있다. 영국의 주류업체인 디아지오와 제약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도 이같은 방법을 통해 유로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독일의 컨설팅업체인 로랜드버거는 법인고객에게 새 계약을 체결할 때 환율 조건을 추가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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