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골퍼 케이시 마틴이 14년만에 US오픈 출전권을 따낸 후 환호하고 있다. [미국 골프위크 캡처]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메이저대회는 골퍼들의 시선을 더 끈다.
남자골프의 경우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는 매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데다 고답적인 운영으로 권위를 인정받았다. 브리티시오픈은 최고(最古) 대회로서 최고(最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USPGA챔피언십은 단 한 명의 ‘아시아 챔피언’을 배출해 국내팬들에게 낯익다. 그는 양용은이다.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인근 올림픽클럽에서 시작되는 제112회 US오픈은 어떤가.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대회답게 코스를 까다롭게 셋업하는 것으로 정평나있다. 그 다음은 예선을 통해 공평하고 광범위하게 출전선수를 선발한다는 점일 것이다.
US오픈은 2005년 처음으로 일본(일본·아시아·호주 투어 포함)과 잉글랜드(유럽 투어)에서도 섹셔널 퀄리파잉을 도입했다. 도입 첫 해 마이클 캠벨(뉴질랜드)은 잉글랜드에서 열린 섹셔널 퀄리파잉을 통과해 출전자격을 얻은 후 우승컵을 덥석 안았다. 물론 미국에서도 11개 지역에서 섹셔널 퀄리파잉(최종 예선전)을 벌인다.
섹셔널 퀄리파잉을 통해서는 본 대회 출전선수(약 156명)의 절반가량인 약 80명의 선수가 선발된다. 메이저대회 우승이나 세계랭킹 등 소정의 출전자격을 갖추지 못한 선수들은 섹셔널 퀄리파잉을 통해 본대회 참가를 노려볼 수 있다.
올해도 일본 섹셔널 퀄리파잉을 통해 이동환 박재범이 출전티켓을 받았다. 위창수는 미국 오하이오 섹셔널 퀄리파잉을 통해 출전자격을 얻었다.
그 외 특이한 선수 세 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케이시 마틴(40)은 오른 다리 이상으로 18홀을 걸어서 라운드할 수 없는 선수. 법원에서 그의 소청을 받아들여 미국PGA투어에서도 유일하게 골프카트를 타고 뛰었던 선수다. 그는 1998년 예선전을 거쳐 US오픈에 나가 공동 23위를 차지했다. 그 후 미PGA투어를 포기하고 오레곤대 골프코치로 활동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오레곤주 예선전에서 우승하며 US오픈 출전권을 땄다. 딱 14년만이다.
우연인지, 본대회 장소도 그 때와 같은 올림픽클럽이다. 그는 다음주 골프카트를 타고 US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마틴은 스탠포드대 재학시설 타이거 우즈와 골프팀 메이트였다. 우즈 못지않게 마틴의 성적이 궁금해진다.
호주의 앤서니 서머스(42). 호주투어와 원아시아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이나 성적은 변변치 않다. 그래서 투어프로 생활 중간중간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게 경기장 화장실 청소였다고. 호주의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와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이 그 무대였다. 그는 “화장실 청소를 하다 보면 토사물도 엄청나게 많아요. 그러나 나에게는 좋은 직업입니다. 돈도 벌고 경기를 공짜로 구경할 수 있잖아요?”라며 웃었다. 그는 비즈니스 카드에 ‘캐주얼 클리너’라고 적을만큼 청소일에 대해 꺼리지 않는다고.
2008년 호주오픈 3라운드 때 한 차례 선두에 나선 적이 있다는 그의 메이저대회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에서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제목을 단 그의 성공 스토리가 본대회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데니스 밀러(42)는 ‘11전12기’로 대회에 출전한 케이스. 지난해까지 11차례 예선에 도전했다가 낙방했으나 올해 천신만고끝에 출전권을 얻었다. 이번 예선에서 4명이 3장의 티켓을 놓고 연장 네 번째 홀 경기를 벌였다. 그의 어프로치샷은 홀에서 7.5m지점에 멈췄다. 버디 퍼트한 볼은 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는가 했는데 홀앞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가. 실망한 나머지 고개를 숙이고 홀로 향하는데 함성이 터졌다. 볼이 홀 가장자리에 멈춰있다가 약 3초 후 홀속으로 떨어지자 주위에 있던 75명의 갤러리들이 펄쩍펄쩍 뛰며 환호한 것. 정작 본인은 홀인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는 그 버디 덕분에 4명 중 3명에 포함돼 마지막으로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의 직업은 오하이오주 밀크릭 메트로 파크골프의 디렉터라고. 그 지역예선에서는 위창수가 1위로 통과했고 데이비스 러브3세도 출전티켓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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