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독일에서 연수 중인 ‘공감 통일비전 아카데미 지자체 리더반’은 현지시간 17일 베를린 장벽, 브란덴부르크 문, 연방정부 의회의사당, 토포그라피테러(‘공포의 등고선’) 등 베를린 곳곳에 있는 통일 전후의 상징 장소를 찾아 생생한 역사적 교훈을 체감했다.
‘공감 통일비전 아카데미’는 남북통일을 대비한 행정전문인력 양성과 지자체 차원의 통일 준비를 위해 경기도가 베를린 자유대학에 올해 개설했다.
김성렬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대표로 하는 이번 리더반에는 안병용 의정부시장, 양기대 광명시장, 조병돈 이천시장, 현삼식 양주시장, 김규선 연천군수, 이준희 광명시의회의장, 김인영 이천시의회의장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연수 첫날인 이날 리더반은 1960년대 세워져 독일의 심장인 베를린을 동·서로 나눈 베를린 장벽 현장을 시찰하며 역사의 맨살을 드러내고 반성을 통해 발전해 온 독일인들의 자세에 큰 교훈을 얻었다.
리더반은 먼저 베를린 장벽의 잔재를 모아 놓은 시 외곽 텔토(teltow) 지역을 방문해 독일 통일을 가로막았던 장애들을 눈으로 확인했다. 텔토 지역은 높이 4m가량의 장벽 잔재들이 적치돼 있다.
이어 리더반은 분단시절 동독과 서독이 체포한 상대국 스파이를 맞교환하던 ‘그리니케 다리’와 베를린 시내 대표적인 건축물인 ‘독일 연방의회 의사당’을 방문했다. 연방의회 의사당 건물옥상에는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오르면 뻥 뚫린 천장이 나오는 이색적인 돔이 설치돼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리더반은 또 통일 독일을 상징하는 ‘브란덴부르크 문’과 유대인 학살에 대한 참회를 작품화한 ‘홀로코스트 기념비’, 1930년대 나치의 만행을 보존·기록한 ‘토포그라피테러’를 잇따라 들렀다.
특히 토포그라피테러와 나란히 보존·전시된 200여 m의 베를린 장벽을 보며 리더반은 집요할 정도로 자신들의 잘못을 성찰하고 후손에게 기록으로 남기는 독일인들의 원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밖에 리더반은 베를린에서 24㎞ 떨어진 포츠담에도 들러 ‘포츠담 회담’이 열린 ‘체칠리엔호프 궁전’, 18세기 프리드리히 대왕이 프랑스의 마르세유 궁전을 모방해 지은 ‘쌍수시(sans-souci)’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성렬 도 행정1부지사는 이날 “오랫동안 이념 때문에 동서 베를린으로 분리된 역사적 현장을 보니 우리나라의 상황이 절로 대비 된다”며 “남북한도 하루 빨리 독일처럼 서로 오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형근 도 기획행정실장은 “통일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 통일의 경우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우리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 일선 지자체장들이 먼저 이해해야 하고, 그 다음 통일 대비 행정전문요원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반 연수에 참여한 지자체장들은 이날 현지 시찰을 통해 통일 비전을 새로 세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며 “중앙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통일을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조병돈 이천시장은 “한반도의 경우 우리가 베풀고 북한이 경제력을 올려야 빨리 통일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북한에도 이천이란 지명이 있는데 남북 지자체들이 자매결연을 맺는다면 북한의 이천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접경지역 지자체장들은 이번 연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역사적 아픔이 있는 장소들을 보니 통일이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며 “접경지역 지자체장으로서 관내 미군반환공여지에 독일처럼 한반도 분단으로 생긴 장벽들을 전시·관광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현삼식 양주시장은 “경기북부는 접경지역이란 이유로 군사시설보호법, 수도권정비계획법, 그린벨트 등 낙후가 심해 통일이 빨리 돼야 경기북부는 물론, 우리나라 전체가 발전할 것”이라고 했고, 김규선 연천군수는 “접경지역 시군이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연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리더반은 다음날 ‘통일 이후 막데부르크 시의 변화와 경험(빌헬름 폴테 전 시장)’ ‘동서독 상호접근 및 통일의 긍정적 모습(쿠노 뵈제 박사, 전 베를린 내무차관)’ 등 독일 현지 전문가들로부터 강연을 듣고 토론을 벌인다. 저녁에는 베를린 한국대사관에서 초청 만찬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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