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데다 개인 신용대출이나 기업대출에 대한 경쟁력이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에 미치지 못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저축은행 시장을 주도했던 대형 저축은행들이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삼화저축은행은 우리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제일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은 각각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계열로 편입됐다.
지난달 영업정지를 당한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입찰에도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 등 금융지주회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금융지주회사를 제외하면 부실 덩어리인 대형 저축은행을 인수할 곳이 없기 때문이지만 이는 중소형 저축은행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가 인수한 저축은행 대부분이 고객들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에 영업 거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도 중소형 저축은행보다 낮아 영업경쟁에서 절대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영업을 시작한 신한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부실 저축은행에서 인수한 수신자산이 여신자산을 초과한 데 따른 일시적인 역마진 현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막강한 자금력과 높은 인지도를 갖춘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약진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저축은행 관계자는 “예대 역마진이 심각해 실적이 좋지 않게 나오고 있지만 내년 초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부동산 PF 대출은 개점 휴업 상태인데다 금융당국이 ‘당근’으로 제시한 할부금융 시장 진출도 단기간 내에 수익사업으로 자리잡기는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개인 신용대출과 기업대출이 대안이지만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적용하는 금리가 워낙 낮아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용대출의 경우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10%대 초반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중소형 저축은행보다 최대 10%포인트 이상 낮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10% 미만으로 업계 평균인 12%를 하회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에 유리한 정책만 쏟아내는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과 저축은행의 연계영업을 다음달부터 허용키로 했다. 은행이 대출 심사에서 탈락한 고객에게 저축은행 상품을 안내하고 고객이 대출신청서를 작성하면 서류를 해당 저축은행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는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보유한 금융지주회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한 중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과 경쟁을 해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들도 계열 저축은행 상품만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당국은 중소형 저축은행도 좋은 상품을 만들면 은행과의 연계영업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 이용 고객층도 신용등급이 비교적 높은 우량 고객은 금융지주 계열로, 리스크가 높은 고객은 중소형 저축은행으로 몰려 결국 중소형 저축은행의 부담이 가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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