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에 해외펀드들의 설정액이 최근 4년새 반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끊이지 않는 대외 악재로 해외펀드 수익률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21일 기준 29조29억원으로 역대 최고점인 지난 2008년 7월2일 60조7290억원보다 52.2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부분의 운용사들의 설정액이 감소했으며 일부 중소형사들만 소폭의 설정액 증가를 보였다.
설정액 상위 10위의 대형 운용사들 가운데 슈로더 자산운용이 65.36%로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지난 2008년 7월 초 12조2048억원에 달했던 해외주식형펀드 설정액이 현재 4조2279억원으로 절반이상 줄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16조7165억원이였던 해외펀드 설정액이 4년새 82091억원으로 54.22% 감소했다. 우리자산운용도 이 기간 1조2964억원에서 5881억원으로 반토막났다. 반면, JP모간자산운용만 9718억원에서 1조2482억원으로 5분이 1가량 늘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해외주식형펀드에서 설정액이 빠져나가는 주요 원인으로 수익률 악화와 세제혜택 소멸을 꼽을 수 있다”며 “올해 해외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이 없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인될 요인이 없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해외펀드들이 수익률 또한 받쳐주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조금만 손실폭이 만회되면 환매하고 손을 털어버린다”고 지적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해외주식형펀드는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의 제한된 정보를 믿고 막연하게 들어가 부진한 수익률에 실망해 환매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일부 글로벌 담당 펀드매니저들의 경우 여러 국가를 맡는 경우가 있어 국내 담당 펀드매니저들에 비해 정보 수집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주식형펀드의 기반은 해외보다 국내가 더 잘 다져왔기 때문에 국내 주식형펀드가 안정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해외펀드 환매분위기 속 일부 중소형 운용사의 설정액은 증가세를 보였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지난 2008년 7월 해외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98억원이였으나 현재 995억원으로 3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KTB자산운용은 195억원에서 576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으며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도 100억원에서 412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이들 중소형 운용사들은 대부분 중국관련 펀드의 설정액 증가가 두드러졌다.
배성진 연구원은 “중소형 운용사는 펀드 수가 적은 영향도 있지만 이 기간 투자자의 니즈를 잘 파악했다”며 “기관투자자형 펀드로 인한 증가와 적격해외기관투자자(QFII) 자격 취득으로 인한 증가 등 제한적으로 투자 할 수있는 펀드로 설정액을 가져갔다”고 판단했다. 한편, QFII는 상하이와 선전 주식시장에서 중국인 투자전용 주식(A주)을 직접 사들일 수 있는 자격을 지닌 외국투자기관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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