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기에 대형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수행할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다는 분석이 더해진 결과다.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여론을 면피(免避)하기 위해 마지막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는 다소 원색적인 비난까지 일었던 게 사실이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현재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해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동안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KB금융지주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최근 노조 수뇌부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 인수에 대한 노조측 의견을 청취했다.
우리금융도 실패로 끝난 지난 두 차례의 매각작업과 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KB금융을 포함해 인수 주체는 상관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영화 성공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매각 추진과정에서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신경전까지 벌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이처럼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뀐 데 대해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적어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공언한 대로 우리금융 인수전이 흥행을 거둘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은 충족돼가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KB금융이 인수여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다. KB금융의 내부유보금은 6조원 안팎으로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면 1조~2조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 추진 중인 ING생명 아태사업본부 인수작업은 포기해야 한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ING생명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며 가격이 맞지 않으면 손을 떼겠다는 복선을 제시한 바 있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메가뱅크 탄생을 우려하는 반대여론이다. 두 금융지주회사가 합치게 되면 독과점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며 양측 노조도 고용 안정성 등을 이유로 반대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하루 빨리 민간의 품으로 넘겨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금융 매각이 또다른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매각 관련 이해관계자 모두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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