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ITU 회원국에서 전권회의 유치국이 되기까지

이근협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
이근협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

2010년 10월 20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컨벤션센터에서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192개 회원국이 한국 정부에 보내는 축하의 박수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바로, 우리나라가 ICT 세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4년 ITU의 최고의사결정회의인 전권회의(Plenipotentiary Conference) 개최국으로 선정되는 순간이었다.

한국 대표단에는 지난 198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바덴바덴 총회에서 서울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던 순간과 버금가는 감격을 안겨주었다. 아마도 한국전쟁 이후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ICT 위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3년 동안 다방면으로 노력을 한 끝에 회원국 표결을 통해 6·25 동란기인 1952년 1월 31일 ITU 회원국 가입이 승인됐다.

ICT 불모지 국가에서 ITU 전권회의 유치국이 되기까지는 국내적으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등의 정책 운용을 통해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세 가지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노력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6선의 ITU 이사국으로 재정, 인사, 운영을 감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결정하는 주도적 회원국으로서의 활동 강화다.

이사국은 ITU 전체 회원국의 4분의 1만이 선출될 수 있다.

6선 이사국 진출이라는 성과는 ITU 및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과거 정보통신부와 외무부 및 국내 ITU 관계자들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한 결과다.

1989년 처음으로 이사국으로 진출한 이래, 우리나라는 6회 연속 이사국 진출이라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둘째, 한국ITU연구위원회를 통한 우리나라 전문가의 ITU 활동 지원이다.

한국ITU연구위원회는 2004년 말에 설립돼 한국대표단으로 참가하는 국내 산·학·연·관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2012년 현재 표준을 개발하는 ITU 연구반에서는 세계 4위인 13명의 의장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ITU 연구반에 제출하는 기고서도 전체 대비 13%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고서의 대표적인 성과가 바로 와이브로(WiBro)와 DMB다.

셋째, ITU와 공동 협력사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ICT 역량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개발원조의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위상을 전환한 데에는 ICT가 큰 몫을 차지한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이러한 ICT를 활용한 경제발전 모델에 관해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희망해 왔다.

한국 정부는 ITU 등 국제기구와의 지속적인 협력 사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ICT 발전과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해 한국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3가지 활동을 통해 한국은 ICT 강국뿐만 아니라, ICT를 활용해 국가 간 기술 및 정보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따뜻한 ICT 강국으로 인식되면서 ITU 전 회원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가운데 차기 전권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이다.

ITU 전권회의는 3000명의 대표단, 150여명의 정보통신 분야 장·차관이 참가하는 행사로, 발전한 우리나라의 ICT 역량을 세계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통한 우리나라 ICT 역량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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