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단속 첫날 명동 가봤더니…'문 열고 냉방'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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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0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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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앙로. 거리 양쪽을 빼곡히 채운 중저가 화장품 로드숍이 일본·중국 관광객 손님 잡기위해 명동 거리 점포들은 냉방기를 틀고 문을 열어놓은 채 영업하고 있다.
아주경제 김진오·이형석 기자= "오네상~ 이랏샤이마세, 미테 구다사이(언니~ 어서오세요, 보고 가세요). "환잉꽝린(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1일 오후 서울 명동 중앙로. 거리 양쪽을 빼곡히 채운 중저가 화장품 로드숍이 일본·중국 관광객 잡기에 한창이다. 외국을 방불케 할 만큼 한국말보다 일본어, 중국어가 더 흔하게 들린다.

샘플 공세는 기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비비크림을 필두로 한국산 화장품 브랜드의 높은 품질력이 널리 알려지면서 일부 점포는 탤런트 뺨치는 외모의 내레이터 모델까지 내세워 호객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범국민적인 절전(節電)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과태료 부과 시행 첫날인 이날 여전히 상점들은 에어컨을 켠 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 끌어모으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그 동안 경고장을 발부하며 20여일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자체별로 주요 상권에 대해 집중 단속을 실시해 위반업소에 경고장을 발부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지속적으로 단속활동을 펼칠 계획이지만 나몰라라 식 '문 열고 냉방'이 여전한 셈이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앙로. 거리 양쪽을 빼곡히 채운 중저가 화장품 로드숍이 일본·중국 관광객 손님 잡기위해 명동 거리 점포들은 냉방기를 틀고 문을 열어놓은 채 영업하고 있다.
출입문이 자동문인데도 아예 닫히지 않도록 고정하거나 접이식으로 바꿔 '배짱 영업'을 하는 가게도 쉽게 눈에 띄었다. 에어컨을 풀 가동해 매장 앞을 지날 때는 오히려 서늘한 느낌마저 들었다.

주말에 내린 장맛비로 33도까지 치솟던 한낮 더위가 25도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이다.

A매장의 한 직원은 "문 닫으면 장사가 안 된다"며 "손님들이 물건을 사러 오지만 시원한 바람을 쐬려는 목적도 있다. 상점 안이 쾌적하지 않으면 아예 있으려 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문 열고 냉방을 한다는 지적에 다른 B점포의 매니저는 "벌금을 내면 되지 않느냐"며 몹시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같은 반응은 고객들의 출입이 잦은 화장품·의류매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쇼핑을 나온 한 시민은 이번 과태료 시책에 대해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겠느냐"며 "전력수급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보다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앙로. 거리 양쪽을 빼곡히 채운 중저가 화장품 로드숍이 일본·중국 관광객 손님 잡기위해 명동 거리 점포들은 냉방기를 틀고 문을 열어놓은 채 영업하고 있다.
정부는 예고한대로 7월 1일부터 9월 21일까지 단속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 에너지 낭비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1회는 경고조치로 끝나지만 2회부터는 적발 횟수에 따라 50만원부터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국세청에 등록된 모든 상가는 외부 출입문을 열고 냉방하는 행위가 금지되며, 대형마트 등 연간 2000toe(석유환산 시 톤) 이상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실내온도도 26도 이상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주들은 정부의 과태료 부과에 대해 "비현실적인 압박용 수단"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상가 밀집지역 상점들은 영업방해 등을 운운하며 단속반을 쫓아내는 등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영화관 등 다중시설은 고객들이 특정시간대에 몰리다보니 문을 계속 닫아놓을 수는 없는 실정이며, 건물 구조적 문제를 지닌 건축물의 경우 에너지 사용제한제도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국무총리실, 서울시, 에너지관리공단과 함께 특히 낭비사례가 많은 명동, 강남일대에서 펼쳐지는 기초지자체의 단속활동에 동참한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명동, 종로 등 최고의 상권에서도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아 단속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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