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측면에서는 대부분이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인수 금액과 관련해서는 그룹의 유동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이날 하이마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하이마트 매각 주체 측과 협상에 돌입했다. 롯데그룹 측은 오는 6일까지 매각 주체와 우선 협상 기간을 갖게 됐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것과 관련해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MBK파트너스가 인수했을 경우, 재매각 추진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며 "기존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가전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어서 2~3년 후에는 대기업들의 인수 의지가 현재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기존 유통 채널과의 시너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가전 유통 채널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왔다. 실제 롯데마트는 디지털 가전 전문매장인 '디지털파크'를 선보이며 가전 양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롯데마트 12개 매장에서 디지털파크를 운영 중이다.
때문에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단숨에 사세를 확장할 수 있게 된다. 하이마트는 현재 전국에서 31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마트는 6월 말 현재 314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롯데쇼핑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76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며 "롯데쇼핑과 하이마트를 합산할 경우,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는 체인점이 탄생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1조원이 넘는 인수 금액이 롯데그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주당 8만원대 초반을 제시했던 MBK파트너스가 정밀 실사 후 매각 대금을 낮추려던 점을 감안하면 롯데와의 협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롯데쇼핑 측이 제시한 금액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날 종가(5만7800원) 기준으로 계산한 매각 대상 주식 가치보다 3500억원이나 많다. 업계는 3500억원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할 만큼 하이마트의 가치가 높은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M&A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를 자제하겠다는 발언도 걸림돌이다. 신 회장은 최근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불확실한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며 비상경영체제를 직접 주문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가 자칫 그룹의 유동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편, 롯데쇼핑이 보유한 단순 현금성 자산은 작년 연말 기준 1조3000억원이고 차입금 규모는 4조2000억원이다.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72.9%·20.5% 수준으로 양호한 상태다. 하지만 차입금 증가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면서 지난 2010년 말 1조9000억원대에서 1년 동안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와 관련, 국내 대형증권사 연구원은 "차입 없이 1조원이 넘는 매물을 인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업 규모 확장을 위해 차입금까지 늘려가며 M&A에 참가하는 것은 롯데그룹의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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