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中企, ‘우린 어쩌나?’…단가 후려치고, 원자재 가격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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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0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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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말 이전 실질적 중기 지원책 나와야”

아주경제 박현준·최은진 인턴기자= 중소기업 산업현장을 다녀본 결과 유럽발 경제위기와 각종 경기지표 하락 등으로 하반기 기업환경을 더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럽 위기 여파가 국내 경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올해 말 이전에 실질적인 중기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일감은 예전과 비슷해요. 다만 당장 내려갈 단가와 오르기만 하는 원자재 가격이 걱정입니다. 중간에 낀 우리 같은 중소업체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거죠.”

◇납품단가 내려가고, 원자재값 올라가고

4일 오전 안산 시화공단 시화도금단지에서 만난 D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구매부 홍모(남·42)씨는 최근 돌아가는 사정을 묻자 이처럼 크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원청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방하며 물량이 급증해 2차 벤더인 D업체도 일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오히려 납품 단가는 내려가고 원자재 가격 상승만 지속되면서 채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감이 많아 ‘노는 날’이 줄었지만 회사 수익도 덩달아 떨어진 셈이다.

실제로 ‘갑’의 위치에 있는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전제로 매년 단가를 깎는다는 내용을 포함시킨다. 이런 폐단을 알지만 ‘을’의 입장인 하청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 일종의 불공정 거래가 관행화되고 있는 것이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부품 생산 라인을 보여주던 구매부 직원은 “아직은 유럽 경제위기가 피부로 와 닿지는 않지만 자동차 생산이 줄어드는 하반기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유럽연합(EU)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니켈·동 등 원자재 가격까지 들썩이다보니 중소 제조업체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처럼 꺾일 줄 모르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와 납품 단가 후려치기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자금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은행권 "실적 먼저 가져오라...답답"

최근 휴대폰 액정 등에 사용되는 강화유리 연마 장비 사업에 뛰어든 M업체도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큰 곤란을 겪었다. M업체 황모(남·40) 공장장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는 은행의 문턱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기술력을 내세우며 초기 자본금 조달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는데 먼저 실적을 가져오라고 하니 중소 업체들은 답답할 노릇”이라고 했다. 황 공장장은 상환 능력을 우선시하는 은행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갖춘 기업들에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소득세와 부가세 납부 시기도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분기별 등으로 바꿔 업체가 한 번에 목돈을 내는 일을 줄여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중소 제조업체들의 악화된 체감경기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휴대폰 안테나를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E업체 정모(남·34) 대리는 5일 “B2B업체는 고객사의 활약 여부와 원자재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대리는 “2009년 이후 회사가 적자 경영으로 돌아서면서 고용이나 설비 투자 등 공격적인 경영은 엄두도 못 낸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처럼 공단에서 만난 중소 제조업체들은 수직적 하청구조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S제조업체에서 자금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배모(남·45) 차장은 “그나마 물량이 꾸준한 지금 추가 투자나 고용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구로디지털단지 인근 한 부동산 업체는 “관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공장이 모여 있어 물품 공급이 용이하다보니 공장 입주 문의가 꾸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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