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피난처'에서의 자유를 만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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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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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의 섬' 신안…하의도, 도초도, 비금도

'하트해변'으로 잘 알려진 비금도 하누넘해수욕장. 전망대에 오르면 하트모양을 선명히 볼 수 있다. 신안군청 제공

아주경제 강경록 기자= 어느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한다. 섬은 일상적인 삶에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왠지 섬에 가면 잃어버렸던 자유를 되찾을 것만 같고 평온하고 완벽한 쉼을 누릴것만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번에 다녀온 여행지는 우리나라 섬중에서 풍광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전라남도 신안군의 하의도와 비금도 도초도이다. 물위에 연 꽃이 떠 있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하의도와 날아가는 새를 닮은 비금도 초가와 돌담이 있는 도초도까지의 섬여행은 행복했다. 섬의 다른 이름 자유를 찾아 같이 떠나볼까요?

하늘은 먹구름을 머금고 무겁게 내려앉았다. 기차를 이용해 목포에 도착하면 섬까지 들어가는 시간만해도 솔찮게 시간을 잡아먹는다. 승선을 하려는데 기어코 하늘은 비를 내려놓았다. 다행히 바람이 심하지 않아 승선허가가 났지만 롤링과 피칭으로 불리는 배의 몸부림이 제법 거세다. 전라남도 신안군은‘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곳이다. 천사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1004개의 섬(유인도 73개, 무인도 931개)으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란다. 섬이 많다 보니 자연히 볼거리도 많고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하의도에는 故김대중 대통령의 생가가 복원되어 보존되어 있다. 생가의 앞쪽에는 전통적인 염전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바다 위 연꽃 같은 섬, 하의도
섬 여행의 첫번째 목적지인 하의도는 연화부수(蓮化浮水), 즉 물 위에 연 꽃이 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의도는 유인도 9개와 무인도 47개로 구성되어 있다. 故김대중 대통령의 생가(生家)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야기 만들기 좋아하는 풍수학자들은 이곳이 구룡산의 정기를 받는 명당이라 하지만 사실 가 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배산임수의 명당과는 거리가 멀다.

평화로워 보이는 섬과 달리 이 곳 하의도는 역사적으로 아픔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있는 곳이지만 불과 40여전 전까지 수백년 동안 얽히고 설킨 토지문제로 인해 결코 평화롭지 못한 섬이었다.

1962년 인조는 정명공주를 홍 씨 집안으로 출가시키면서 그의 4대손까지 세미(稅米)를 받도록 윤허했다. 하지만 홍 씨 집안은 인조가 보장했던 4대손이 사망했음에도 하의도 주민들에게 땅을 돌려 주지 않았다. 이 때부터 농지 탈환 운동이 일어났다. 이후 땅 주인이 9번이나 바뀌었다. 9명의 주인들에게 부(副)를 대물림 되는 동안 이 곳 하의도 주민들은 고스란히 한(恨)을 쌓아갔다. 그렇게 300년이 넘도록 싸웠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곳이 바로 ‘하의 3도 농민운동 기념관’이다. 지금은 그 땅의 소유권을 돌려받았지만 하의도는 기나긴 시간 겪었을 농민들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의도 부속섬인 대섬은 사람의 걸굴을 닮았다하여 큰 바위 얼굴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하의도의 해안도로는 뛰어난 경관과 천연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명소는 큰 바위 얼굴이다. 큰바위 얼굴은 마치 사람의 옆 얼굴과 같이 생긴 바위(대섬)를 칭하는 말이다. 전국에 있는 얼굴 바위 가운데 가장 사실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의도에서 5km떨어진 신도에 위치한 신도해변. 송림과 산림이 울창해 원시림을 방불케한다. 약 800m의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여름 피서지로 제격이다.

하의도에서 서쪽으로 5km떨어진 낙도(落島)에는 최근까지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도해변이라는 곳이 있다. 섬 전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어져 있다. 2개의 마을로 형성된 면적 1.68㎢의 작은 섬으로 섬 전체에 섶(땔감나무)이 많이 있어 섶섬이라 불렀다. 지금은 섶 신(薪)을 써서 신도(薪島)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2톤 트럭 짐칸에 몸을 실어 조금은 불편한 비포장 도로를 헤치고 가다보면 울창한 숲 사이로 길게 뻗친 해변이 펼쳐진다.


모래사장이 십리쯤 펼쳐져 있다하여 붙여진 명사십리 해수욕장. 도보로 1시간 이상을 걸어야만 끝에 도달할 수 있다.

◆해안도로 곳곳에 숨은 매력이 넘치는 섬, 도초도·비금도
비금도와 도초도는 서남문 대교를 사이에 두고 연결되어 있다. 크기도 비슷하다. 비금도는 44.13km2, 도초도 41.94km2이다. ‘비금도(飛禽島)’라는 지명은 섬 형상이 날아가는 새를 닮았다 해서 붙은 것이라고 한다. 비금도는 우리나라 천일염의 원산지이기도 하다. 광복 직후인 1948년 비금도에 사는 450여 가구는‘대동염전조합’을 결성한 뒤 100여 ha가 넘는 광활한 염전을 조성했다. 지금도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간척지가 많은 비금도와 도초도 동쪽 해안에는 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지대가 끝없이 펼쳐진다.

비금도에는 원평해수욕장, 명사십리해수욕장, 하누넘해수욕장이 있다. 모두 곱고 단단한 떡모래가 깔려 있어 트럭이 지나가도 바퀴 자국이 깊게 남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은 길이 4㎞가 넘은 거대한 해변이다. 이 곳에서 덤장그물 체험과 후릿그물 체험을 할 수 있다. 덤장 그물 체험은 바닷물이 빠졌을 때 갯벌에다 기다란 장대를 박고 그물을 쳐서 물이 들어오면 물고기를 낚는 방식이다. 다시 물이 빠지면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떼어내면 된다. 후릿그물 체험은 장정 예닐곱 명이 수백미터의 그물을 길게 늘여 놓고 바다에서 해안가로 그물을 끌어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둘 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적인 방식이다.

비금도 서쪽 해안에 위치한 하누넘해수욕장은 전체 모양이 영락없는 하트 모양이어서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하누넘은 '하늘너머'란 뜻의 옛 이름이다. 지금은 '하트해변'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TV드라마를 통해 유명세를 치른 후 부터다. '하트해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그럴 듯 하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자연이 만든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하트'로 느껴질 것이다.

도초도의 서남쪽 해안에 있는 시목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넓고 물빛도 깨끗해서 가족 단위의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모래사장이 반원형으로 둥글게 펼쳐져 있다. 주변에 감나무가 많다고 해서 시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과 바다로 마치 병풍을 쳐놓은 듯한 포근한 지형이다. 백사장의 길이는 2.5㎞, 폭은 100m로 군데군데 모래성이 쌓아져 있다. 모래사장을 감싸고 있는 주변의 산들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매우 아름답다. 바로 앞에는 농간암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날씨가 흐리면 바위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해 말 그대로 농간하는 신기한 현상을 볼 수 있다.

도초도 한복판에는 고란평야가 있다. 신안군에서 가장 넓은 이곳 평야는 풍요롭다. 주민들은 고기잡이보다 농사일이 주업(主業)이라고 한다. 섬의 형태가 고슴도치처럼 생겼다 해서 도치도라 하였다는 설이 있지만 신라 시대에 지역마다 초목이 무성하여 목마지로 활용했기 때문에 도초(都草)라 칭하였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비금도 내월리 마을에는 하누넘에서 불어오는 재냉기바람을 막기위해 돌담을 쌓아 피해를 막았다. 제공 신안군청

신안은 전국 천일염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여행메모>
◆여객선:
△하의행: 목포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한다. 쾌속선(1시간), 일반선(2시간40분)이 하루 4차례 운행한다. 쾌속선은 오전 7시10분과 오후 14시30분에 출항한다. 요금은 2만6500원이다.
△비금행: 목포터미널에서 쾌속선과 일반선이 출항한다. 쾌속선(50분)은 하루 4차례 운항한다. 요금은 1만6150원이다. 일반선(2시간30분)은 3차례 운행하며 가격은 7200원이다. 북항에서도 차도선(1시간40분)이 하루 3차례 운행되는데 가격은 2만7000원~3만2000원이다.

◆먹거리 : 제철 맞은 자연산 생선이 대표 먹거리다. 간재미, 병어, 바다장어, 광어 등을 다양하게 조리해 맛 볼 수 있다. 도초 ‘돌고래식당’(061-275-7337), 비금 ‘청해식당’(061-275-4617)

◆ 주변 볼거리:
△비금도 내월우실: 매년 내월리 마을에는 하누넘에서 불어오는 재냉기바람(재넘어에서 부는 바람)으로 농사를 망치곤 해서 이 곳에 돌로 담을 쌓고 바람을 막아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했다. 길이 40m, 높이 3m, 폭 1.5m이다.
△내월리 월포마을 대장군 석장승: 월포마을 어귀에 사장거리 또는 사장이라 불리는 공터가 있다. 이 공터의 한쪽에 화강암을 깍아 세운 장승 1기가 서 있다. 3미터 크기의 대형장승으로 머리에는 투구를 쓰고 1.5미터의 장검을 거머쥐고 눈을 위로 치켜 떠 앞의 숭애봉을 주시하고 있다. 숭애봉의 기를 막아 마을의 액운을 없애기 위해 세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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