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우리금융 민영화…내년 이후 시나리오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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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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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추진할 만큼 시장 여건이 충분히 성숙됐다.”

지난 4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정부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 지분 매각을 재개하면서 내세웠던 이유다.

그러나 정치권과 노동계가 판단한 시장 여건은 정부와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금융당국이 강행했던 우리금융 민영화가 현 정권 임기 내에 이뤄지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금융노조 등 노동계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16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여당까지 등을 돌린 상황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추진해 왔던 일괄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새로 들어설 정부에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분리매각 대세…기업가치 극대화 장점

지난 12일 아주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7%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반대했다.

민영화 과제는 차기 정권으로 넘기되, 그룹 계열사들을 나눠서 매각하는 분리매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당내에서는 일괄매각보다 분리매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며 “지방은행 등 우리금융 내 계열사들의 수익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타당한 의견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분리매각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은행이다. 덩치가 워낙 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데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인수하게 되면 독과점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업금융 부문이 약한 KB금융지주와 수신기반 확충이 절실한 산은금융지주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는 인기가 대단하다. 우리투자증권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는 물론 증권업계와 사모펀드(PEF)까지 탐을 내고 있다. 어느 기업이 인수를 하든 단번에 업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산은금융 계열사인 대우증권과 합칠 경우 자기자본만 6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보험 계열사인 우리아비바생명도 규모는 작지만 노리는 곳이 많다. 인수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아 보험부문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인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신한생명을 업계 ‘빅4’로 끌어올리려는 신한금융지주 등이 인수 후보가 될 수 있다.

신한금융은 LG카드 인수 당시 발행했던 상환우선주 3조7500억원 중 2조6400억원을 올해 초 상환했으며, 나머지 잔액도 만기가 5년 이상 남아있어 내년에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 여력이 생긴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은 수익구조가 탄탄해 인수 의지를 갖고 있는 곳이 적지 않지만, 독립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분리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높아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회사 임원은 “우리금융을 통째로 팔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는 것보다 우량 계열사를 따로 파는 것이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최근 은행주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분리매각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 국민주·블록세일 방식…실현 가능성 낮아

우리은행 노조 등 노동계와 야당 일각에서는 분리매각 외에도 국민주 방식의 지분매각이나 지분을 잘게 쪼개 파는 블록세일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13일 금융노조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금융 민영화는) 국민주나 블록세일 등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합리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인 김영주 민주당 의원도 “국민주 방식의 매각이 필요하다”며 “민영화 이전에 은행산업 발전 방안을 우선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주 방식은 이미 지난 2010년 추진됐다가 실패로 끝난 경험이 있다. 당시 우리금융 사주조합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매각 입찰에 참여했으나 입찰 가격을 놓고 금융당국과 이견을 보이다가 결국 포기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낮추면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이 때문에 국민주 방식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발표될 때 김용범 당시 공자위 사무국장은 “국민주 방식이 다시 시도돼도 당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블록세일도 민영화의 대안이 되기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블록세일은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없지만 지분 매각을 가장 단기간 내에 이룰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이미 3차례 입찰에 실패한데다 이번에 추진되는 매각 입찰까지 불발로 끝날 경우 우리금융을 서둘러 민영화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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