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충격에 서울 둘레길·산책길도 ‘불안’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제주 올레길에서 40대 여성 살해 사건이 발생하면서 최근 몇년간 개발된 각종 둘레길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몇년 간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반면 둘레길에는 폐쇄회로(CCTV) 등 범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지역들을 순찰할 치안 인력까지 부족한 형편이어서 제주 올레길 사건과 같은 강력범죄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관악산 둘레길 13킬로미터 구간에는 CCTV가 한 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북한산, 불암산, 용마산 등 3개 산의 둘레길에도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사무소에 따르면 북한산 국립공원에는 CCTV가 서부(북한산)에 49대, 동부(도봉산)에 4대가 각각 있다. 하지만 이는 정규 등산로의 산불 감시나 주차장 내 차량 관리, 계곡 내 등산객 불법행위 감시에 쓰는 카메라일 뿐 둘레길에는 카메라가 없다.

또 마포구가 최근 조성한 산책로도 30% 정도만 CCTV로 감시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거의 대부분의 둘레길과 산책로는 안전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경찰도 여러 여건상 둘레길을 집중적으로 순찰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관할 구역은 넓지만 인력은 한정돼 있고, 산속까지 들어가 순찰할 시간도 없다 보니 인근을 순찰하면서 둘레길 초입을 돌아보는 정도다.

이에 경찰청은 제주 올레길 관광객 피살사건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전국의 둘레길과 산책로에 대한 치안현황 점검에 나섰다.

경찰은 또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둘레길과 산책길에 CCTV와 가로등을 확충하는 한편, 비상벨을 설치해 긴급 신고체계를 구축하는 등 치안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둘레길과 같은 탐방로를 ‘보행자길’로 지정, CCTV나 보안등과 같은 안전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관악산 둘레길을 자주 찾는다는 이 모씨(34)는 "여름에는 야간 산행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데, 나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한적한 곳에서 언제든지 강도짓을 할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며 "CCTV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