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구금 초기 고문과 가혹행위가 집중되는 기간에 영사 대응을 안일하게 했고, 2차 영사면담 때 '전기고문과 구타 등이 있었다'는 김씨의 진술을 듣고도 중국 측에 사실확인을 요청했을 뿐 공론화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외교 당국이 김씨로부터 구체적인 진술을 듣고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저자세 외교'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영환 석방대책위의 최홍재 대변인은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영사 접견을 요구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던 구금 초기 한 달간 가혹행위가 집중적으로 있었을 텐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김씨 외 3명의 자발적 영사접견 거부는 뭔가 있다는 역증거인데도 외교 당국은 '한국 정부의 접견을 바라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석했다”며 “당시 중국의 태도가 완전히 기만적이었는데 초기 영사 대응이 너무 미흡하거나 안이했다”고 비판했다.
김씨가 중국 당국에 체포되고 한 달 정도 뒤인 4월26일 1차 영사면담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한 것은 사실상 가혹행위를 당했음을 인정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외교부는 한 달 반 뒤에 2차 면담이 이뤄질 때까지 김씨가 가혹행위를 당했는지를 파악하지 못했고, 중국 측에도 공식적으로는 물론 비공식적인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지난 6월11일 2차 영사면담 때 김씨는 전기고문과 구타 등을 당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지만, 그 후에도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중국 측에 수차례 사실 확인과 조사를 촉구하는 등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측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자 더는 손을 쓸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상대국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경한 조처를 하지 못한 외교부의 처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중국 측을 압박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일 귀국 후 국가정보원 조사과정에서 고문과 가혹행위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했지만, 당국은 아직도 “사실확인이 우선”이라며 김씨가 당한 고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특히 외교부는 “사실 관계가 확인되면 중국 측에 엄중한 조치와 재발 방지, 사과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한ㆍ중 간 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우려해 적극적인 공세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2차 영사면담 이후 지금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중국 측에 엄중히 문제 제기를 했고 중국 측에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구금며 당시에 공론화를 못한 것에 대해서는 “김씨가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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