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은행들의 의지가 '헛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지려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금융계 일각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이다.
◆ '뭇매 맞고' 서민-中企 지원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은행들이 10%대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중간 신용등급 고객들이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부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높은 대출 금리로 인해 은행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56조382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 전체의 대출 잔액은 578조7236억원에서 600조8890억원으로 3.8%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 증가율이 기업 대출 잔액 증가율의 5분의 1 수준인데, 이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률이 기업대출 전체 증가률보다 낮은 원인은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그만큼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올 상반기 월 평균 6%대를 유지했다. 반면 올 상반기 대기업의 월 평균 대출 금리는 5%대에 머물렀다.
◆은행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
은행권의 이같은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 강화 움직임에도 은행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못하다. 시기적으로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면 억울한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은행의 옳지 못한 관행과 이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 법하다.
이와 관련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대출상품이나 금리인하 방안을 내놓기에 앞서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서민금융 지원 방안을 내놓는 것 자체는 좋지만 비난여론을 일시적으로 무마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출서류 조작 등 일련의 행태들에 대해 고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자제품 회사들이 제품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공개사과를 하면서 리콜을 실시하는 관행을 예로 들었다.
또 조 대표는 "그동안 은행이 서민이나 중소기업 지원 방안 및 관련 상품을 내놓긴 해도 그에 대한 실적과 결과를 공개하는 것에는 인색했다"며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결과에 대해서도 투명한 게 좋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가 서민금융을 지원하겠다는 금융감독원의 압박에 의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서민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권에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를 권고한 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중금리 대출 등 서민 금융상품 출시가 부담스러운 게 은행권의 솔직한 입장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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