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골든타임과 소방차 길 터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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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8-0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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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소방서 유해준 현장대응담당<사진>.

최근 골든타임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골든타임이란 응급실에서 자주 쓰는 의학용어로, 사고 발생 뒤 피해를 최소화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보통 심정지 환자는 4분, 응급 외상환자는 1시간, 뇌졸중 환자는 3시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골든타임 내에 환자가 대부분 응급실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 골든타임 내에 도착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각종 재난현장 최일선에서 일하는 소방관으로써 많은 생각을 해봤다.

많은 생각 중에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소방차 길 터주기 문제이다.

국내 119출동서비스는 어느 선진국보다도 체계가 잘 잡혀 있다.

즉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하지 않는 한 어느 사고 현장이든지 5분 내에 도착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 전국 어느 병원이든지 빠른 이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신체의 동맥과도 같은 소방출동로가 막히면 이는 불가능하다.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또는 병원에 이송하기도 전에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방차 길 터주기는 매우 중요하다.

소방차가 지나갈 때 조금만 비켜줘 막혔던 동맥이 풀린다면 내 주위에 사람이 될 줄도 모르는 하나의 생명에 희망을 깃들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방출동로를 우리 소방관들은 ‘생명로’라고 한다.

생명로가 막히는 이유는 물론 교통체증에서 비롯되는 것도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다.

긴급하게 달리고 있는 소방차에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차량이 앞에 있으면 사고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소방차를 기다리고 있는 국민의 생명이 점점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운전자들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

골든타임에 근접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불법 주·정차 문제이다.

특히 야간에 상가·주택 밀집지역이나 아파트 입구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으로, 현장에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아 매우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 문제점은 모든 소방서에서도 위험성을 인지해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 가두 캠페인, 소방출동로 확보훈련 등을 통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 전환이 있어야만 해결될 문제이다.

우리 소방관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다.

국민들은 본인의 목숨을 우리에게 맡기는 주인이며 우리는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대리인인 것이다. 이 둘 사이에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즉 야구 경기의 투·포수처럼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소방차가 지나갈 때 잠깐 비켜주는 일, 소방차 통행로에 주차하지 않는 일 등 주인으로써 조금만 신경을 써준다면 대리인인 우리 소방관들은 주인들의 생명을 위해서 어떤 일도 할 용기와 준비가 돼 있다.

오늘도 긴급 출동할 때마다 위태위태한 순간이 많았다. 신뢰가 아직 완전치 않기 때문이다.

주인들이 소방차를 한 대 한 대 비켜줄 때 마다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며 새로운 생명을 하나씩 구했다는 생각을 해보면 소방차 길 터주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며 골든타임은 곧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적용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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