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 김미정씨(여·43)는 그간 점찍어 두었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를 온라인에서 구매했다. 온라인몰의 프리미엄 전문관에서 구입한 제품은 오프라인 명품숍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품질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로 신음하고 있는 패션업계가 역발상 마케팅으로 활로 모색에 나섰다. 기존 접근법으로는 잔뜩 위축된 소비심리를 활성화시키기 어렵다고 판단, 소비자 구매패턴 변화를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찌는 더위 이겨낸 아웃도어 업계의 '한겨울' 마케팅
아웃도어 업체들은 통상 비수기로 여겨지는 여름 휴가철을 역발상 전략 실행 시기로 판단했다. 실제 밀레와 휠라 등 업체들은 겨울 시즌 대표 아이템인 '다운재킷'을 잇따라 출시했다.
계절에 관계 없이 4계절 상품을 판매하는 아울렛·홈쇼핑·온라인몰 이용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계절은 더 이상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주로 9월부터 선보이던 다운재킷 출시 시기도 예년보다 훨씬 빨라졌다.
소비자들의 호응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달 말 출시된 밀레와 휠라의 다운재킷 제품은 출시 첫날과 둘째날에 각각 100벌 이상 판매됐다.
◆'명품'까지 넘보는 온라인몰…온라인 명품시장 규모 1조원 육박
온라인몰은 더 이상 가격경쟁력만을 앞세워 박리다매 전략을 펼치지 않는다.
백화점과 명품숍의 매출이 급락한 가운데, 온라인몰의 명품시장 규모는 매년 20~30% 이상 성장하며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인식에, 소비자들의 구매성향 또한 '실속'을 중시하는 추세로 변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온라인몰을 통한 상품 구매에 익숙한 젊은층의 명품 구매 비중이 늘어난 것도 온라인몰의 명품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이에 따라 패션업체들은 앞다퉈 온라인몰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제일모직·LG패션·코오롱 등은 11번가에 입점해 전문관을 오픈, 관련 카테고리에서 매출 신장을 이뤘다. 마리오아울렛은 최근 옥션에 전문관을 오픈하고 1만8000개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My Way…우린 패스트 패션 대신 '슬로 패션'
국내 패스트 패션 규모는 1조9000억원에 이른다. 매년 평균 성장률은 50%를 훨씬 상회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 패션시장을 아우르는 최대 화두라 해도 무관하다.
하지만 코오롱FnC는 최근 Re-birth·Recycle의 의미를 담은 슬로 패션 브랜드 'R'라인을 출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R라인은 코오롱 FnC가 지난 5월 선보인 업사이클링(up-cycling) 브랜드 '래코드'의 연장선상에 있다. 코오롱 측은 패스트 패션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윤리적 소비가치를 담아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부진은 불황 탓도 있지만 급변하는 소비패턴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이유도 적지 않다"며 "기존의 마케팅을 대신할 역발상 마케팅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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