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앞선 3일 프랑스 정부가 요청한 한국 자동차의 EU 수출 ‘우선 감시(prior surveillance)’에 대해 검토에 나섰다. 집행위는 관련 규정에 따라 내달 초 수용 여부를 발표할 전망이다.
앞서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장관은 “올 1~2월 한국차 수입이 50% 늘었다”며 불공정 경쟁 가능성을 제기했다. FTA 체결국 사이에 특정 품목 수입이 급증할 때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조항을 염두한 발언이다.
이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PSA그룹(푸조ㆍ시트로엥)와 르노의 자국 내 자동차 판매가 올 상반기에 전년동기대비 각각 21.6%, 18.6% 줄어드는 등 전체 시장이 14.4% 감소한 가운데, 현대기아차만 28.5%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추세는 비단 프랑스 뿐 아니다. 올 상반기 전체 유럽 시장이 6.3% 감소한 690만대인 데 반해, 현대기아차는 17.4% 늘어난 약 41만대를 판매, 역대 최대 점유율(5.9%)를 기록중이다. 올 6월에는 역대 최고인 6.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올 초부터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차의 유입이 과잉생산에 시달리는 유럽 업체에 또 다른 압박이 되고 있다”고 하는 등 현지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앞서 GM 산하 유럽 오펠 노조가 한국GM 생산분 일부를 유럽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프랑스의 이번 요청이 EU로부터 수용될 경우 독일, 영국 등 타 EU 국가로의 확산도 우려된다. 이번에 불만을 제기한 프랑스는 오히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3%대로 6% 전후의 타 국가보다 낮은 편이다. 더욱이 7월 들어 올 상반기 유일하게 소폭 상승세였던 독일 시장도 전년동기대비 5.0%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덩달아 유럽 최대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도 같은 기간 판매가 4.1% 줄었다.
이 같은 조치와 검토가 현대기아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현대기아차 현지 판매의 90%는 유럽 현지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한국GM과 쌍용차의 수출분을 더해도 국내서 수출하는 한국차의 양은 많지 않다. 다만 이 같은 압박이 현지의 영업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업계의 우려다.
다만 당장 세이프가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도 BMW, 벤츠, 아우디 등 유럽 수입차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통상마찰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말 2분기 실적발표 때 “(이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하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세이프가드를 우려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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