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투자심리 회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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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8-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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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욱 SK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


전 세계적으로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다. 통상 금융위기를 수반하는 경제위기 이후에는 이러한 구조적 약세장(Structural Bear Market)이 뒤따르곤 한다. 문제는 현재의 구조적 약세장이 2008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와 2010년 이후 유럽 재정위기라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치명적 약점들이 노출되면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적 위기가 지속되면서 주식이라는 위험자산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아져만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안전자산이라 불리는 채권에 비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소위 리스크 프리미엄은 역대 최고 수준에 머물면서 상대적으로 채권에 비해 높은 리스크를 져야 하는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반기 주식시장은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국내 기업경기 실사 지수를 보더라도 그동안 국내 경기를 이끌었던 제조업 7월 업황과 8월 업황전망은 모두 리먼 사태 직후를 제외한다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성장률이 올해 2분기에 2%대로 떨어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이어지긴 했으나,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한국경제 구조상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도 주식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오히려 채권에 대한 자금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된 것 아닌가 라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게 했다. 이처럼 경제심리와 투자심리가 모두 얼어붙은 상황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통상 8조~10조원 정도 하던 거래대금이 한때 3분의 1토막 수준인 3조원대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현상, 오래 갈 수 있을까? 투자자들이 감내하기 힘든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점진적인 펀더멘털의 개선은 느리지만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첫 번째, 서브프라임의 원흉으로 지목받던 미국의 주택시장이 상반기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주택시장 회복은 미국의 소비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심리적으로도 향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많이 사라지기 때문에 저축보다는 소비에 관심이 많게 된다.

둘째, 유럽 재정위기의 정책 대응이 과거보다는 빨라지고 있다. 물론, 이번 주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은 통화정책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조만간 유럽 각국 정부와의 공조 속에서 국채매입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셋째, 중국의 경기가 하반기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긴축정책으로 발생한 경기의 하강 사이클이기 때문에 최근 2차례 연속으로 이루어진 금리인하는 하반기 중국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현실을 반영하지만 한편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향후 이처럼 글로벌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서서히 현실화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지금과 같은 소극적 태도에서 적극적 태도로 돌변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본다. 이것은 최근 ECB 총재의 국채매입 가능성 발언에 즉각적으로 국내증시에 대해 공격적 매수를 감행하던 외국인의 투자행태만 보더라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더군다나, 2분기 실적에 대한 하향조정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서 3분기 실적 전망치가 조금씩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기업실적 전망치가 좋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8월 말~9월 무렵이 되면 글로벌 경제환경 개선에 따른 기업실적 전망치의 상향조정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펀더멘털의 개선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시장은 현재의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주는 무게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펀더멘털 개선이라는 요인들이 하나 둘씩 쌓이다 보면 결국 일정 수준에서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시점은 그리 머지않았다는 점에서 지금은 주식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민감하게 매수 타이밍을 고려해 볼 만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이처럼 현재 최악을 지나고 있는 국내 증시를 놓고 봤을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금은 우량주에 대한 매수 타이밍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판단된다. 단기적으로 이벤트에 휘둘리기보다는 현재의 시스템적 위기가 시간이 지나더라도 서서히 해소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극단적 전망과 비관보다는 합리적 관점에서 국내 증시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대형 우량주에 관심을 가져 볼 시기라고 보인다. 초우량주는 투자자들에게 결국은 주가로 보답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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