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위기 악화와 수익기반 위축, 금융권에 대한 불신 증폭 등 국내 금융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짙어지고 있다.
매년 업계 최고 실적을 거두며 리딩뱅크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도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45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가량 감소했다. 문제는 이같은 실적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한국 경제도 대외 수출 여건 악화와 소비 침체, 설비투자 둔화,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 가계와 기업 부문 모두 긍정적인 요인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반복되는 경제위기가 신자유주의의 폐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면서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한금융의 올해 경영전략 목표처럼 ‘새로운 진화(進化)’가 절실한 시점이다.
◆ 성장보다 내실, 변화 대응력 극대화
신한금융은 하반기 중점 추진 전략으로 견고한 조직역량 확보와 탄탄한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한 경영 내실화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변화된 환경에 최적화된 조직 운영, 사업모델, 일하는 방식 등에서 진화를 이뤄 나가겠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금융산업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 및 기술의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한 고객 수요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인식에 따라 그룹 내부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을 위기 극복의 열쇠로 삼겠다는 각오다.
예컨데 신한금융은 종합적인 금융자문을 원하는 고객 수요를 반영해 은행과 증권의 관련 조직을 통합한 그룹 CIB(상업투자은행)와 WM(자산관리) 부문을 출범시켰다.
하반기에도 차별화된 서비스로 가시화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사업모델을 더욱 정교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 및 융복합(컨버전스) 시장 등 새로운 트렌드 속에 존재하는 기회와 성장잠재력이 큰 영역 및 시장을 탐색하는 등 미래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
◆ 계열사별 위기대응 전략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글로벌 경기의 장기 침체 등 상시 위기 시대(Persistent Crisis)가 도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위기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하반기에도 규제환경 변화와 경쟁 격화로 자산성장과 수익성 확보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안정적인 수익원 관리와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수익성과 건전성, 내실과 성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시장변화와 리스크 요인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기민하게 대처하자”고 강조했다.
소비위축과 가계연체 증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한카드도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메일 및 모바일 명세서 확대 등을 통한 우편 비용 절감과 구매 집중화를 통한 업무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지난 2007년 도입한 6시그마를 활용한 경영혁신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신규 시장 및 신사업 개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도 부심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신한생명은 경기침체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를 최소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자산운영 측면에서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자산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채권과 대출, 기타자산의 비중을 4대 4대 2로 맞출 방침이다.
이와 함께 판매채널 영업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험설계사(FC) 조직 규모를 확대하고 정착률과 보험계약 유지율을 높이는 한편 텔레마케팅(TM) 채널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대리점(AM) 채널의 경우 우량 법인대리점을 선별해 도입하고, 방카슈랑스 영업채널은 신규 제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지난 1월 새로 도입한 소호(SOHO) 판매채널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나갈 예정이다. 신한생명의 소호 판매채널은 지난 6월 말 기준 77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신계약 판매실적(월납초회보험료)이 2억원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소호사업자 규모가 5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매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영업채널로서 성장 매력도가 높고 자영업자의 투잡(Two-Job)에 대한 니즈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새로운 특화채널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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