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20주년좌담회>중국전문가 6인 “새시대에 대한 대비 필요한 시점 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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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8-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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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중국과 수교를 맺은지 20주년이 됐다. 20년동안 중국은 G2로 굴기했으며 한중관계는 눈부신 발전을 거둬왔다. 이 기간동안 세계는 과거 냉전체제를 벗어나 미국패권시대를 거쳐 미중 경쟁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의 주변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동북아, 그리고 세계질서의 새로운 변화에 맞춰 새로운 전략이 모색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본지는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중국을 상대로 우리나라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를 두고 중국에서 활동중인 대표적인 중국전문가들을 초청해 ‘한중수교20주년 중국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김덕현 덕현법률사무소 고문, 박근태 CJ그룹 중국본사 대표, 박진형 중국지역본부장 이사, 임호열 한국은행 베이징 사무소장, 신영수 베이징저널 발행인, 조평규 옌다(延達)집단 수석부회장(가나다 순) 등 여섯명이 참석했다. 이에 좌담회를 지상중계한다.>

사회, 정리=아주경제 조용성 베이징 특파원 / 사진=한오종 기자

◆사회자=수교 20년동안 중국은 G2로 굴기했고, 과거 우리나라가 누렸던 우세는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은 앞으로 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박진형 이사=중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대상국이며 투자대상국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중국경제에 연동되는 측면이 있기에 중국의 경착륙은 우리나라에 직격탄을 날린다. 이 리스크를 헤징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기업차원으로 보면 중국은 이제 생산공장으로서의 메리트가 감소하고 있으며, 내수시장 소비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 만들기만 하면 팔렸던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중국 로컬기업들과의 피말리는 경쟁을 거쳐야만 한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조사는 물론 마케팅, 인재양성, 영업, 홍보능력까지도 갖춰야 한다.
▲조평규 부회장=중국이 저임금 생산기지라는 생각은 이제는 완전히 버려야 한다. 경공업 뿐만 아니라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졌다. 국가적으로나 기업적으로나 중국시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전략수정이 필요한 때다.
▲박근태 대표=우리나라에게 가장 큰 생산기지였던 중국은 이제 최대시장으로 변모해가고 있다.그동안 한국기업이 중국에 들어와 제조, 유통, 판매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전문가를 양성해 냈는지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한다. 사회과학원, 발전연구센터 등 중국의 무수한 싱크탱크들은 이미 20년전부터 세계에 대해 분야별로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인재들 역시 대거 양성되고 있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한국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아직 많다. 예를 들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같은 경우는 우리에게 여전히 기회가 많다. 이 같은 영역을 발굴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호열 소장=중국의 서비스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국의 소비중에는 서비스업 비중이 43%밖에 안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연결하는 생산자서비스나, 생산성을 높여주는 사업서비스,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서비스 등 분야에서는 중국의 경쟁력이 아직 낙후한 상태다. 중서부 지역에는 관광업 말고는 이렇다할 서비스업이 없다. 서비스업을 개척해 나가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
▲신영수 발행인=20년전 수교당시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한국전쟁 당시의 적국이었고 사회주의 체제국가였지만 문화적인 그리고 역사적인 공감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와 가장 잘 통할 나라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접근했고 아직도 이같은 인식은 존재한다. 하지만 사안별로 엇박자를 낼 때마다 우리가 중국과 다르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았기에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들이 생겼고 현재시점에서는 마찰이 많아지는 것 같다. 중국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현장에 뛰는 분이나, 전문가그룹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자=우리나라 국민들의 대중국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박진형 이사=우리 국민들의 대중국 인식은 흔히들 ‘경쟁상대’ ‘장사꾼’ ‘저가상품’ ‘짝퉁’의 이미지가 짙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경쟁상대라기 보다는 협력파트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실제 중국에서는 연간 7000만명이 해외여행에 나서고 있으며 이중 220만명이 우리나라를 찾는다. 이들은 쇼핑몰이나 면세점의 제품을 싹쓸이하며 큰손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중국전용 쇼핑센터, 중국전용 호텔 등 필요한 시설들이 많다. 또한 의료관광을 비롯한 중국 관광객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있어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근태 대표=대국민 인식이 전환되야 함은 물론이고 한국에 계신 기업가나 공무원들의 인식 역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상당수는 아직도 중국은 과거와 같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 한국기업보다 중국기업의 숫자가 훨씬 많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사회자=한국경제는 중국경제에 급속히 동조화되고 있다. 중국의 경착륙이 한국 경기급랭을 넘어 한국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그만큼 중국경제상황이 우리의 생활에도 중요해졌다는 말인데,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임호열 소장=도시화와 서부대개발이 진행중인 만큼 중국경제는 순항할 것이라고 본다. 선진국들의 도시화율은 70%가량인데 반해 현재 중국의 도시화율은 50%가량이다. 중국은 도시화율을 1년에 1~1.5%포인트 높인다는 계획이다. 2020년이면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8개, 100만명이상의 도시가 220개가 생긴다. 도시화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막대한 건설산업수요를 불러일으킨다. 막강한 동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서부대개발은 당분간 상당한 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다만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이 아닌 6~8%선의 중속성장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조평규 부회장=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많은 우려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중국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성장의 주축은 단연 건설산업이다. 현재 중국정부는 대출을 규제하고 외지인 주택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당국에게 정책수단이 많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신정부가 들어서면 경기부양을 위해 제한책을 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한 신규주택수요나 넓은 평수로의 이전수요가 많고 신도시건설, 사회간접자본건설 수요가 많다. 수요가 많은 상황인 만큼 규제를 풀면 경착륙 우려는 간단히 불식될 것이라고 본다.
▲박근태 대표=중국의 경착륙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찬물을 끼얹게 된다. 경착륙은 있어서도 안되며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중국의 내수성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당국은 근로자 기본임금을 2011년에서 2015년까지 두배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코스트가 올라간다는 악영향이 있지만 사회 전반의 구매력이 올라가면 기업들에게는 또다른 틈새시장이 출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호기로 볼 수도 있다.
▲박진형 이사=중국은 현재 산업구조조정을 진행중인데 이 과정을 잘 풀어나간다면 앞으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올해는 외부상황이 어려운 만큼 성장률이 하락하기는 하겠지만 낙관적으로 8% 성장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에 더해 여러 모순점을 넘기면 장기적으로 롱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자=중국의 불황은 사회문제로 비화될 것이며 이는 진정한 경착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신영수 발행인=중국의 7월달 수출액이 1% 증가에 그쳤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중국의 수출 역시 부진할 것이고, 전세계가 불황인 가운데 중국만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는 데에는 제약요소가 많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회안정을 위한 고용창출을 보장하는 경제성장률은 8%다. 고용불안이 생긴다면 어떤 결과가 야기될 지에 대해 낙관할 수 없다. 정치문제가 중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임호열 소장=현재 중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은 부동산버블과 지방부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잘 인식하고 있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놓고 잘 관리하고 있어서 큰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다. 특히 부동산 가격은 사회적인 불만을 야기시킨다. 소득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높은 집값은 빈곤층이나 사회초년병, 신혼부부에게 좌절감을 심어줄 수 있고 이는 사회불안으로 귀결될 수 있다. 중국의 정책당국자와 싱크탱크들은 이에 대한 위험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으며 적절히 관리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회자=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올라설 기세인데,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하나.
▲임호열 소장=위안화 국제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위안화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융메카인 런던도 위안화 역외시장을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본도 위안화직거래제를 도입했다. 중국의 무역결제액 중 위안화 결제분은 11%까지 올라갔다. 수년내에 달러화, 유로화와 함께 세계 3대통화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도 위안화 무역결제가 제도적으로 가능하지만 환리스크 헷지 등을 고려한 기업의 수요부족으로 실적은 크지 않은 상태다. 한국은행은 지난 연말 3억달러의 적격외국인기관투자(QFII) 한도를 받아 올해 전액 투자했으며, 인민은행으로부터 은행간 채권투자 한도도 받아 위안화 위안화 자산을 늘려가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은행이 중국에 들어와 위안화 투자나 현금보유고를 늘리는 등 구체적인 성과가 나고 있다.
▲박진형 이사=위안화가 국제화된다면 또 다른 환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위안화의 유출이 쉬워지면서 중국의 투자유치가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박근태 대표=광시()성 신저우()에 가보니 중국과 국경을 맞대는 동남아 6개국이 위안화 직접거래를 하고 있더라. 아시아 국가들이 상당부분 무역결제를 위안화로 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우리 역시 위안화 거래를 늘려 미래 환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

◆사회자=중국 내수시장 진출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 기업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정부는 어떤 지원책을 펴야하나.
▲박근태 대표=과거 중국은 외자기업의 투자를 무조건 받아들였고 토지임대나 조세징수 분야에서 많은 혜택을 줬다. 하지만 지금은 최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중국 당국의 취사선택을 거쳐야 투자가 가능하다. 때문에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수출전진기지가 아닌 고기능 고부가가치산업과 서비스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 자리에서 내수진출을 위한 세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는 역량이나 시장에 맞는 진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첨단산업이 아닌 업종이나 3D업종, 오염물질 배출업종은 진출 자체가 어렵다. 또한 연안지역은 임대료와 임금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2급이나 3급도시의 시장에서의 기회를 노리는 게 현실적이다. 두번째 인적 현지화를 하라는 것이다. 각 지역별로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현지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중국 대학생들이 한해 8만명 가량이니 이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번째는 위기관리능력을 배양하라는 점이다. 지난해 소비자의 날에 우리나라 한 기업이 TV프로그램에서 고발당해 갖은 고초를 당했다. 과거 외자업체에 우호적이었던 현지 매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들은 외자업체의 잘못을 눈여겨 보고 있기에 충분한 대비를 해두어야 한다.,
▲조평규 부회장=중국 내수시장 진출은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문화적 동질성으로 인해 한국의 소비재 판매에도 용이하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혜택을 받는다면 금상첨화다. 중국 정부는 산업별로 많은 혜택을 주고 있으며 이를 잘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 뿐 아니라 정부에서 중국전문가를 대대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박진형 이사=기업들의 중국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코트라는 세가지 전략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신성장 유망분야인 친환경, 웰빙, 실버산업과 에너지절감산업, 멀티미디어산업 등을 타게팅해서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중서부의 2선도시 3선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지역을 개척하는 것이며, 세번째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발굴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을 중국에 공급하고 싶지만 유통채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유통업체들 역시 한국제품을 원하지만 접촉채널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레노버, 중싱, 하이얼 등 토종 전자업체들이나 GM, 창안, 지리 등 자동차업체, 그리고 조선업체들은 한국산 부품을 요구하고 있다. 코트라는 채널개발에 상당한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신영수 발행인=중국에서 인터넷 쇼핑의 발전속도가 그야말로 엄청나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인터넷 쇼핑몰의 신뢰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정부가 보증하는 쇼핑몰을 개설하고 좋은 제품을 선별해서 입점시킨다면 우리 제품이 중국 내수시장에 더욱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안은 검토해 볼 만 할 것이다.
▲박근태 대표=CJ그룹도 중국에서 홈쇼핑사업을 펴고 있다. 과거 중국의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에서는 가짜상품이 범람했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의심이 많다. 동방CJ홈쇼핑도 신뢰도를 구축하는데만 꼬박 4년이 걸렸다. 그만큼 중국 내수 진출은 어려움이 많다. 경쟁력있는 제품이 있더라도 소비자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사회자=내수진출을 꾀하는 기업들이 중국의 법적 보장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중국이 법치국가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다. 중국의 사법제도와 법적보호에 대해 어떻게 봐야하나.
▲김덕현 고문=각 사회마다 그 사회에 맞는 법이 있다. 중국은 사회적인 국가이며 체제에 알맞는 법을 제정해 놓고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나 개인이 중국법을 대할 때 자본주의 사회의 법적 기준으로 이해하려 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사회의 잣대를 가지고 중국법을 비난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꽌시()보다 법이 더 중요한 사회가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법을 초월해 꽌시를 통하면 된다는 중국법 경시풍조가 있다. 하지만 실제는 중국은 법적 보장이 철저한 국가다. 다만 중국법에 대해 잘 모른 채 우리식으로 사고하는 데서 잦은 오해가 빚어지고 있다. 중국법을 잘 파악하고 법이 정한 조치를 취한다면 얼마든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사회자=중국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기업 경쟁력이나 인재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평규 부회장=중국의 대형 민영기업인 옌다그룹에는 많은 인재들이 모여있고, 기업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중국 기업계를 관찰해 본 결과 중국의 민영기업의 경우 우리나라와의 격차는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유학파들도 많아졌고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에서 일한 인재층도 두터워졌다. 인재경쟁력 역시 격차가 거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서비스 분야에서는 상당한 틈새가 존재한다.
▲임호열 소장=중국의 금융서비스산업은 낙후돼 있다. 하지만 금융계 종사자들 상당수는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데 있어 우리나라보다 훨씬 개방적이라는 점이다. 탁월한 인재라고 생각되면 젊은 나이에 고위직으로 스카우트하더라도 별다른 저항이 없을 뿐 아니라 입사동기 사이에 연봉이 10배 차이가 나더라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는 전문인력 양성에 유리한 구조다. 또한 중국은 전문인력 양산에 용이하다. 몇만명씩을 한꺼번에 모아서 단기간에 지식을 배양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금융권 인재의 경우 아직은 우리의 경쟁력이 높지만 중국의 추격속도는 우리를 안심하지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신영수 발행인=지경부 평가를 보면 우리와 중국의 산업경쟁력 평균격차는 2.5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산업경쟁력에 있어서 우리의 우월분야가 별로 없다고 본다. 우리가 앞서나갈 수 있는 데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산업로보트분야를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이분야에서 일본, 독일, 미국에 이은 4위 국가다. 향후 중국은 공장무인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야말로 블루오션시장인 것이다. 이 같은 분야를 발굴해서 집중적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박진형 이사=아직은 우리가 우세를 점하고 있기는 하지만 13억인구의 중국이 추격하고 있는만큼 언제까지 도망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기술표준화를 해 윈윈을 모색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엄청난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기술이전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인력면에서도 해외 인력들이 많이 들어오고,, 이공계 비중이 높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또한 1년에 10만명의 공무원을 해외로 보내 연수를 받게 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인련면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올 것으로 본다.


◆사회자=중국은 이미 동북아 패권국가로 올라섰고, 우리나라는 김영환씨 사건에서 보듯 중국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인상이다. 대북영향력도 강해지는 추세인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한중관계의 변화를 모색해 볼 때라는 지적이 많다.
▲신영수 발행인=김영환씨 사건으로 인해 한중수교 20주년인데도 영사협정이 체결돼있지 않다는 사실이 새삼 밝혀졌다. 한국인의 형사사건이 벌어지면 중국 공안의 조사결과가 나올때까지 우리 공관은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 중국에 대해 주장해야 할 사안이 있는데도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국력이 약하기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가 먼저 약자라고 자처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중국내에서는 한국이 이미 동아시아질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과 미국 두 강국 사이에서 어디에 줄을 댈지 고민할 필요없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언자의 의도를 차치하고라도 고려해봐야 하는 화두라고 생각한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좀더 우리의 카드를 활용하고 주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으로 하여금 남북통일을 진심으로 지지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방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
▲박진형 이사=정치쪽은 명분쪽으로, 경제쪽으로는 실리쪽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우리에게는 경제적인 실리를 챙기면서 정치적인 이익을 가져올 카드가 있다. 예를 들어 한중FTA협상과정에서 북한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를 우리나라로 포함시킨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김덕현 고문=국제법에 맞게, 중국법에 맞게, 한중조약에 맞게 영사조약과 같은 미비한 협정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자국민의 외국에서의 안전문제가 걸려있는 영사조약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외교나 실익을 따지는 외교도 중요하지만 자국민의 안전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

◆사회자=마지막으로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질문을 하겠다. 우리나라에게 중국이란? 단답형으로 답해주고 이유를 들려달라.
▲조평규 부회장=우리나라에게 중국은 ‘희망하나’다. 중국은 한국과 가장 우호적인 친구국가의 하나이면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국력이 비약적으로 굴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영수 발행인=우리나라에게 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다.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함께 살아야 할 운명이며 원천적으로 이사할 수가 없기에 이웃과 잘 지내야 한다.
▲박근태 대표=우리나라에게 중국이란 ‘코끼리’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속담이 있듯이 30여년 중국에서 살았지만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더욱 치열하게 연구해야 한다.
▲김덕현 고문=우리나라에게 중국은 ‘너는 내 운명’이다. 매일 얼굴 마주하고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과 같은 사이이며,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 데는 우리들 노력에 달려 있다.
▲박진형 이사=우리나라에게 중국은 ‘용의 등’이다. 승천하는 용의 역린을 건드리면 큰 화를 입겠지만 용의 등에 사뿐히 올라타면 함께 하늘로 승천할 수 있다..
▲임호열 소장=우리나라에게 중국은 코끼리다. 코끼리는 평소 온순하지만 동물의 왕인 호랑이나 사자를 일거에 제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코끼리와 상생해 먼 길을 가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신영수 베이징저널 발행인
박근태 CJ그룹 중국본사 대표

임호열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장
조평규 옌다그룹 수석부회장

박진형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
김덕현 덕현법률사무소 고문


<참석자들 주요약력, 순서는 가나다순>
◆김덕현 고문 ▲1959년, 부산 ▲1988~1992 대만대 법학석사 ▲1992~1996 베이징 정법대 박사 ▲1994년 국연자문 합자법인 설립 ▲1997년 법무법인 신세기 북경사무소 대표 ▲2007년 베이징덕현법률사무소 상임고문 및 베이징국중자문유한공사 대표
◆박근태 대표 ▲1954년, 서울 ▲중앙고등학교 ▲연세대 역사학과 ▲1980년 대우실업 입사 ▲1984년 대우 홍콩지사 과장 ▲1993년 대우 베이징지사 부장 ▲1996년 대우 광저우지사 대표 ▲1998년 대우인터내셔날 상하이(上海)지사 대표 ▲2004년 대우 중국유한회사 총재 ▲2006년 CJ그룹 중국본사 대표
◆박진형 이사 ▲1958년, 대구 ▲1977년 대륜고 졸업 ▲1984년 경북대 지리학과 졸업 ▲1999년 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장 ▲2002년 베이징 한국무역관장 ▲2006년 콸라룸푸르 무역관장 ▲상하이 무역관장 ▲2010년 중국사업단장, 북한교역지원전담반장 겸임 ▲2012년 중국지역본부장 겸 베이징무역관장
◆임호열 소장 ▲1956년, 경북 청도 ▲연세대 경영학 석사, 한양대 경제학 박사 ▲1979년 한국은행 외화자금딜러 ▲1993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과장 ▲1999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2002년 한은 금융조사팀장 ▲2006년 구미경제팀장 ▲2007년 금융산업팀장 ▲2009년 조사국 수석부국장 ▲2010년 베이징사무소장
◆신영수 발행인 ▲1943년, 충남 공주 ▲서울 중동고 ▲서울대 중문과 ▲1967년 대한일보 수습기자 ▲1974년 경향신문 기자 ▲1988년 중앙일보 부국장 ▲1991년 경향신문 홍콩특파원 ▲1993년 경향신문 베이징특파원 ▲1998년 베이징저널 발행인 ▲2000년~2002년 재중국한국인회 회장 겸직
◆조평규 부회장 ▲1956년, 경남 통영 ▲고졸검정고시 ▲경북대학교 중문과 ▲1983년 상업은행 입사 ▲1993년 크리스탈생수 총경리 ▲2003년 한국상립대투자고문 대표이사 ▲2008년 옌다그룹 부회장 ▲2011 재중한국인회 수석부회장 ▲2011년 옌다그룹 수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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