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자본주의의 '깨진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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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9-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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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명(재미 언론인·US News 주필)
‘The End of the Free Market’의 저자 이안 브레머(Ian Bremmer)는 국가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의 경제제도에 주목한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미국의 ‘채권국’으로 부상했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인도는 디폴트 위험에 빠져 신용등급 강등이란 수모를 겪고있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유라시아그룹이란 세계 최대의 위기관리 컨설팅업체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브래머는 그의 저서에서 국가자본주의가 과연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을 지, 그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가자본주의를 채택한 국가들은 국영에너지기업, 국영기업, 친정부기업, 그리고 국부펀드 등의 여러 수단을 통해 시장을 통제하며 동시에 정치적 안정을 추구한다. 중국의 국영기업들과 러시아의 에너지기업들, 걸프 연안 국가들의 국부펀드, 브라질의 에너지 탄광기업 등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주역들이다.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들이 경제적 번영을 이룬 것은 자유시장경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소련의 붕괴는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로는 원활한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후 자유시장 경제 모델이 확산되고 전 세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제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자유주의 경제논리가 대두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국가자본주의 진영의 국영기업들이 시장경제 진영의 민영기업들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많은 개발도상국가가 국가자본주의를 채택했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시장 개입을 적극 반대하던 자유시장경제주의자들을 시장에 개입하게 했다. 국가자본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국가들은 금융위기의 극복에 성공했고 경제회복에서도 민첩성을 보였다.

글로벌 자유시장경제는 이미 끝났다. 국가자본주의를 채택한 나라들이 새로운 무역장벽을 설치해 자유로운 시장경제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국가자본주의는 자유시장 경제에 위협적 존재이다. 국가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보호주의로 전환할 수 있다. 국가자본주의는 국가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정부의 영향력 증대를 가장 중시한다.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 정치적 견제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국가자본주의 국가는 필요에 따라 보호주의 적용에 장애물이 없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자유시장 경제는 여전히 전세계에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세계화(Globalization)’의 목표였던 단일 세계시장은 더 이상 불가능하며, 존재할 수도 없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는 뉴욕 월스트리트에는 “자본주의는 악(Capitalism is Evil)”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촉발한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은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까지 거론되는 첨예한 양상으로 변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소유욕, 탐욕을 추진 에너지원으로 삼기 때문에 사회적 총량이 한정돼 있는 부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1991년 7월 소련 공산당이 마르크스 레닌주의 및 계급투쟁 포기를 골자로 한 새 강령을 채택하면서 신자유주의의 전성기가 열렸으나,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자본주의는 새로운 이념과 경제정의의 대명제 앞에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이 이끌어온 미국식 자본주의는 이제 그 생명력을 잃었다. 미국 헤지펀드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은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는 2008년 이후 사망했다. 다만 정부의 재정투입 등으로 사망 사실을 숨기고 있을 뿐”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의 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자본주의의 생명력과 혁신을 강조한다. 역사는 항상 자본주의의 위기를 동반했고, 위기를 딛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뤄낸 과정이 자본주의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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