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하반기 원유 공급량을 더욱 늘릴 전망이다. 치솟는 원유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유럽 아시아에 여분의 원유를 추가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7여개국로부터 공급량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사우디는 글로벌 원유 공급·수요를 맞추기 위해 요청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는 30년래 최대치의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사우디는 하루 기준 배럴당 990만배럴을 생산했다. 그러나 리야드는 다시 하루 1000만배럴로 늘리라고 주문했다. 그는 “원유 수입국들이 더 많은 양을 공급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원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같이 공급량을 추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렌트유는 14일(현지시간) 배럴당 117.9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6월 이후 무려 33%나 상승한 가격이다. 17일에는 잠시 배럴당 4달러 가량 떨어졌으나 다시 반등했다. 걸프지역의 한 원유 트레이더는 “현재 원유 가격은 너무 비싸다”며 “배럴당 100달러선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실물 전문가의 말을 빌어 사우디가 유가를 하락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유가가 치솟으면 공급량을 늘리고 반대로 하락하면 공급량을 줄인다는 주장이다. 즉 사우디가 국제 원유시장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OPEC 관계자는 “올해 여름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90달러선까지 하락했을 때 사우디가 공급량을 줄였다”며 “그들은 배럴당 115달러를 기준으로 넘어가면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이란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원유 제재로 공급량을 크게 축소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지난달 22년래 최저치인 일일 286만배럴에 그쳤다. 이란은 서방국의 금수조치를 상쇄하기 위해 사우디가 공급량을 늘린다고 비난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미국 대선에서도 주요 논쟁거리다. 유가 상승으로 미국의 가솔린 가격도 지난주 갤런당 3.87달러로 치솟았다. 올해들어 최고치다. 지난 2008년 7월 기록된 갤런당 4.11달러가 사상 최고치였다. 가솔린 사용이 많은 미국인에게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슈다.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가솔린 가격 조절을 제대로 못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했다. 오바마 정권은 가솔린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달 전략 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 일본 등 동맹국의 반대로 아직까지 전략 비축유의 방출을 허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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