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쉬 카푸어, 부르주아 초대형 거미 밀어내고 리움서 亞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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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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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m '큰 나무와 눈', 8m '동굴'등 대형조각 18점 전시

루이스 부르조아으 초대형 거미가 있던 리움미술관 야외정원에 된 아니쉬 카푸어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작품들이 새로 설치됐다./사진=리움 제공.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아니쉬 카푸어가 여자인줄 알았다면…, 그건 작가가 좋아할 일이다. 탄생과 생성. 둥글고 부드러운 작품으로 종종 여자작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을 그도 인정한다.

여성이 가진 창조의 능력, 여성성에 관심많은 자신이 "작업을 잘하고 있구나 생각한다"는게 작가의 얘기다.

아니쉬 카푸어(58). 현재 세계미술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인도출신 남자 조각가다.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도 익숙하다. 시카고 밀레니움 파크에 있던 그의 작품 '클라우드 게이트'(구름대문)가 LG전자 CF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가로 20m,세로 10m,무게가 110t이나 되지만 마치 풍선이나 구름 한조각처럼 가볍게 보이는 그 '거울같은 작품'은 사람은 물론, 주변 풍경까지 모두 빨아들이며 '시카고 대표 관광 예술작품'으로 등극해있다.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세계를 실컷 볼수 있는 전시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다. 리움미술관 개관 8주년 기념전으로 열리는 이번 아니쉬 카푸어의 개인전은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전시다.

'아니쉬 카푸어'는 리움의 상징물이었던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형 거미'를 갈아치울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대형 마망(엄마)거미와 아기(거미)가 있던 자리엔 15m 높이의 73개 스테인리스 스틸공으로 이뤄진 '큰 나무와 눈'(2009)이 설치됐다. 릴케의 시집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수십개의 스테인리스 스틸공이 뭉게뭉게 증식하듯 솟아오른 모습이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로서 존재를 알린 초기의 독창적인 안료작업과 조각 내부의 빈 공간을 새롭게 인식시켜준 보이드(Void)작업, 존재의 자생적 발생에 대한 최근작 붉은 왁스시리즈, 대형 스테인리스 조각등 18점이 전시된다. 출품작 숫자로만 보면 작은 느낌이지만 거대한 크기로 압도하는 작품들은 크기와 내용면에서 '숭고함'마저 전달한다.

사진=박현주기자

아니쉬 카푸어가 리움미술관 전시에 새로 선보이는 8m 크기 거대한 타원형의 '동굴'과 안료시리즈를 시작한 작품이 전시된 그라운드 갤러리.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녹슨 거대한 구멍 '동굴'(cave.2012)이다. 붉은 녹으로 뒤덮인 육중한 쇠덩어리가 상대적으로 가늘어 보이는 막대위에 얹어져 있다. 무게 15t, 지름 8m의 거대한 타원형의 텅빈 공간이 압도적이면서 공포감까지 선사한다.

어둠. 존재하면서 보이지 않는공간. 깊은 어둠은 그 끝을 알수 없기에 더욱 두려운 대상. 카푸어는 어둠의 빈공간을 "창조와 에너지에 대한 모성적인 시각"으로 담아낸다. 빈 공간은 생명이 싹트는 어머니의 자궁을 은유한다.

벽면을 이용한 '내가 임신했을때' 작품은 환상적인 착시현상까지 일으키게 한다. 흰 벽면한쪽에 볼록 나온 배처럼 원형으로 부풀려진 공간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않고, 차가운 건물이면서 따뜻한 생명인 유동적인 경계에서 경이로움을 볼수 있게 한다.

'보이드' 연작중 하나로 밀라노 컬렉션 소장품이기도 한 짙푸른 안료로 뒤덮인 오목한 3개의 반구 '무제'(1990) 앞에 서면 어둠의 끝에 들어선 신비로움을 느낄수 있다.

움푹파이고 빈 공간. 역설적으로 무엇인가가 채워질수 있다는 점에서 생성의 의미까지 확장된 카푸어는 작업은 '어머니의 자궁', '음의 공간'이 창작의 탄생 원천이다. 음과 양이 공존하는 작품은 텅빈 공간속을 울리는 공명감과 동시에 '에로틱'함도 느낄수 있다.

"비우면 비울수록 더 많은 것이 담긴다. 비운다는 것은 곧 채우는 것이다."는 그의 말은 카푸어 예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를 설명한다.

그는 눈에 보이는 작품의 물질적인 상태를 뛰어넘어 그 이면에 자리 잡은 보이지 않는 공간에 주목해왔다.
벽면을 가득채운 6m정방형의 거대한 작품 노랑(1992). 모노크롬 회화를 입체화 공간화한 듯 회화이면서 조각이고 미술품이면서 건축물의 일부로 보이는 이작품은 보이지 않는 공간의 신비를 선사한다.

23일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물질과 비물질"을 강조하며 "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겉으로 나타나는 것이 다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아티스트에게 임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예술가는 특정한 방식을 따라야할 훈련을 거부해야 한다.샤머니즘적인 변형을 허용해야 진정한 작품이 나온다"고 했다.

카푸어는 “작업실에 들어서면 나는 여성도 됐다가 남성이 되기도 하고 어린애가 됐다가 바보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게 예술가의 자유”라며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공간이 바로 작업실인데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의미 없어 보이는 그런 작업이 나중에 굉장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예술가)의 역할은 아이디어를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라며 "오브제가 가능성을 제안하고 관객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내러티브가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물질을 반사시키는 거울 느낌의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그는 “오목거울 작업이 특히 재미있는 것은 거울이 그 자체로 머무르지 않고 거울로 가득 찬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라며 “오목거울은 끊임없는 자기 반복을 일으키는데 그런 현상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삶은 미스테리다.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철학적인 답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종교적이다"는 그는 "그런면에서 모든 아티스트는 종교적이다"며 자신의 작품을 '동양적이다 종교적이다'라는 틀에 넣고 이야기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야외정원에 설치된 '큰 나무와 눈'작품처럼 끝없이 증식되고 변화하고 수용하며 예술의 관습화된 경계를 넘어서는 의지가 강해보였다.

"아티스트가 작품의 계획이나 아젠다를 가져야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설명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질이 어떤 상태를 가지는가 스스로 드러나게 하는 질문을 계속 탐구할뿐이다."

리움 홍나영 부관장은 "인간과 자연 본연의 진리에 다가가려는 카푸어의 작품은 작은 우주, 우주의 질서를 체험헤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숭고한 감동과 시각적 상상력으로 영혼의 울림을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2시 리움강당에서 '작가와의 만남'과 11월1일 태현선 큐레이터와 전영백 홍익대 교수의 강연이 열린다. 전시기간 아니쉬카푸어의 작품세계를 이해할수 있도록 다큐멘터리 동영상도 상영한다. 화-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1시,3시, 도슨트 설명이 무료로 이어진다. 전시는 내년 1월27일까지. 일반 8천원, 초중고생 5천원. (02)-2014-6900.

인도출신 세계적인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

◆아니쉬 카푸어= 1954년 인도 뭄바이에서 유태인 어머니와 인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19세인 1973년 영국으로 이주, 영국 혼지미술대학과 첼시미술학교를 졸업했다.1973년 3주간 모국 인도여행을 하면서 삶과 철학과 종교가 한데 어우러진 인도인들의 삶을 통해 시적이고 철학적인 기원 근원세계에 눈을 떴다. 오랜동안 서양미술 교육을 받으면서 얻지 못했던 예술적인 의문에 스스로 해답을 얻고 자신의 작업에 뿌리를 찾게된다. 1990년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작가로 선정됐고 1991년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현대 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생존 현대미술가로는 처음으로 런던 로열아카데미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올해 런던올림픽의 기념 조형물 ‘궤도(Orbit)’를 제작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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