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경전철 MRG' 공생해법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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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3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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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권경렬 기자=춘추전국시대 송나라에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가 기르던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만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은 반발이 심했다. 다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기뻐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의 배경이 되는 일화다.

경전철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문제를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국민들은 마치 조삼모사 일화의 원숭이가 된 듯하다.

개통 4개월이 지난 의정부 경전철의 경우 최근 하루 평균 이용객이 예측치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매월 발생하는 20억원의 적자는 고스란히 지자체 부담이다.

개통 1년이 넘은 김해~부산 경전철도 이용객 수가 예측치의 18%에 그치면서 지난해 적자보전 금액만 147억원에 이른다. 용인 경전철 역시 완공 이후 MRG 부담 때문에 지자체가 개통을 2년 가까이 미뤘다. 운영업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7786억원의 배상금까지 떠안게 됐다.

지자체의 재정으로는 이처럼 많은 액수의 적자보전금·배상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김해·의정부·용인시는 공동으로 도시철도법 개정을 촉구했다. 또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들의 해외연수비·초과근무수당 등을 삭감하기도 했다.

수요 예측을 잘못한 중앙정부에도, 무리하게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경전철을 개통한 지자체에도 책임은 있다. 그러나 이미 MRG에 국민 혈세가 들어가게 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공생할 수 있는 해법 마련이다.

향후 20~30년간 보장해줘야 하는 MRG 부담 책임 공방을 벌이는 건 왼쪽 주머니에서 꺼낼 돈을 오른쪽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과 같다. 지자체 예산이든, 중앙정부 예산이든 모두 시민과 국민의 혈세가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조삼모사'에 속아 넘어가는 원숭이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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