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전 기미가 없는 국내외 경제 상황 속에서 대선 정국이 시장에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환율까지 하락하면서 해외사업에서 수익성 악화 우려도 불거졌다.
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경기실사지수(CBSI)는 58.9로, 전월(70.6)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다시 11.7포인트나 하락했다. CBSI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그만큼 건설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통상 10월에는 계절적 요인 등으로 CBSI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의 경우 '9·10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에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이는 그만큼 건설 경기의 침체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 속에 도산하는 건설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 내 건설사 중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업체는 21곳에 달한다. 올해만 해도 풍림산업·우림건설·삼환기업·남광토건·벽산건설·극동건설 등 중견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개선 요인보다는 불안 요소가 건설업계에 더 많이 내재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주요 건설사들이 발행한 공모회사채 가운데 내년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금액은 총 6조880억원이다. 이중 55%인 3조2608억원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된다. 회사채 신규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금융권과 투자자들이 건설사 회사채를 외면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올해에도 쌍용건설 등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은 적이 있어 내년에도 만기를 막지 못해 휘청하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12월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제대로 된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이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인 점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에게서 건설 경기를 살릴만한 마땅한 묘안이 보이지 않는 점도 건설업계의 걱정을 늘게 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3~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만 해도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사업들이 있어 유동성에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따낼 일감 자체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급락도 건설사들에게는 악재다. 지난달 31일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은 1090.7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0.80원 내렸다. 1년여만에 1100원대가 무너졌고 1000원대 붕괴도 예측된다.
건설사들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몇몇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해외 수주로 채우겠다는 방침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달러로 공사대금을 받는 해외시장에서 원화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그만큼 수익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가 환율 소식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특히 기술 대비 가격 경쟁력이 국내 건설사들의 장점이어서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도 만만찮은 전망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건설사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 국내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쳐 연쇄 부도도 발생할 수 있다”며 “건설산업에 대한 금융권의 책임을 강화하고 수요를 진작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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