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기업인 상도 받았었는데 키코 사태 터지고 16년 만에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았습니다.”
수많은 취재진들의 플래시가 터졌다. 한때 자영업자였던 사람은 이미 모든 걸 체념한 듯한 얼굴이었고, 기업체 대표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지난 16일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대선후보가 시중은행장들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대학생, 중소기업 사장, 자영업자 세 명의 금융소비자 대표도 함께 참석했다. 이들이 얘기하는 소비자들의 현실을 듣고, 은행장들과 금융개혁을 얘기하겠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뜻이었다.
마이크를 넘기자마자 이들은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곧이어 '은행은 빚만 독촉하는 곳' 등의 울분 섞인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은행장들은 각 개별 대표의 사정을 듣고 해결책을 마련해보겠다고 답했다. 각 대표들에게는 대학생 전환대출,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 등 기존의 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을 겪는 전체 서민 가운데 이 대표들은 극히 일부라는 점이 문제다.
서민지원을 위해 내놓은 상품인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미소금융'은 이미 대출 연체율 상승과 중복대출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추후 지원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에 대해 은행권은 리스크를 우려하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기업의 운전자금 대출 증가율은 점차 둔화해 약 2년 만에 최저를 달리는 실정이다.
이날 은행권에서는 은행들의 재정기반이 탄탄해져야 대출도 늘릴 수 있다고 항변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은행들은 그 '수익성'을 위해, 99%의 돈줄을 옥죄고 1%에게만 문을 열고 있다. 깊어져 가는 양극화의 골은 누가 메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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