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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만 남긴 긴축 'NO'…분노한 시민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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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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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새판 짠다 1> - 그리스에서 독일까지 위기 전염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내년에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경제강국인 독일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은 해법으로 강력한 긴축안과 구제기금을 내놓았다. 그러나 각종 경제지표는 하락하고 시민들은 치솟는 실업률과 얇아진 지갑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 오히려 정부 부채는 사상최대치로 늘어났다. 독일의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주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고통없이 얻는 것도 없다'가 아니라 '고통만 있다'고 불평한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에 필요한 건 '긴축이 아니라 성장'이라고 조언한다.

▲유로존 경제 3년만에 침체기로… 돈줄 ‘독일’마저 위기 전염
유로존 경제전망은 갈수록 어둡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연이어 내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EC는 유로전 경제성장률을 1.0%에서 0.1%로 수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제로에서 마이너스 0.3%로 내렸다. IMF는 내년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7%에서 0.2%로 낮췄다.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유로존 경제 성장은 마이너스 0.5%, 내년은 0.1%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유로존 정상들은 지금껏 그리스·스페인 등 재정위기에 허덕이는 국가에 긴축을 촉구했다. 이들 국가는 '울며 겨자먹기'로 연금을 삭감하고 세금 인상을 했다. 이를 통해 재정지출을 줄이고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럼에도 유로존 정부의 부채는 더욱 늘어났다. 유로존의 2분기 정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다. 이는 유로화 출범 이후 최대치다. 특히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그리스·키프로스 5개국 경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며 경기후퇴 상태에 이르렀다. 유럽연합(EU) 통계국은 유로존의 3분기 GDP가 전분기보다 0.1% 감소,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업률도 사상 최고치다. 유로존의 9월 평균 실업률은 11.6%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1849만명에 달한다. 특히 스페인과 그리스이 경우 실업률이 각각 25.8%, 25.1%를 기록했다. 두 국가의 청년 실업률은 50%를 넘는다. 이들 국가는 실업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실업률 때문에 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폭동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은 "유로존의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아랍의 봄'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독일 경제마저 하강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독일의 9월 산업생산은 마이너스 0.6%를 밑돌았다. 11월 투자 신뢰지수는 마이너스 15.7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볼프강 프란츠 유럽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유로존의 침체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독일의 수출 등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 6개월간 독일 경제성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의 경제 위축은 전반적인 유로존 경제를 심각한 침체로 내몰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통만 남긴 긴축은 더이상 ‘No’
이처럼 유로존 경제가 더욱 악화되자 해결 방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IMF는 긴축 프로그램이 위기국을 비롯해 주변에도 정치·사회적 지지를 얻지 못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위기국에 요구한 긴축 프로그램을 이행하는데 정치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에서 재정 스트레스가 다시 증가하면 각국 정부는 예산을 더욱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경기를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긴축안으로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시민들은 분노했다. 최근 유럽 전역에선 대규모 긴축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유럽 23개국의 40여개 노동조합이 긴축정책을 항의하는 시위가 동시에 진행됐다. 노동조합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선 항공 운행이 취소됐고 학교와 공장은 문을 닫았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도 유로존의 긴축정책이 유럽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소로스는 "독일이 주장하는 긴축정책은 재원이 부족하고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명백하게 잘못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재정개혁을 성공한 경험이 있는 독일이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의외라며, 독일과 재정위기국의 상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해법은 유로본드를 발행해 부채를 공동으로 관리하든지 독일이 유로존을 떠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17일(현지시간) “긴축정책이 세계 경제 위기 극복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성장을 자극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긴축정책은 유로를 자살로 몰고가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유로존이 긴축기조를 유지한다면 실업률 상승과 정치적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재정도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정상들이 긴축정책으로 인적자본을 파괴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유럽 정상들은 유럽투자은행과 같은 기관을 활용해 정부 지출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경제적 성과를 내고 균형잡힌 예산을 이용한 세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성장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메르켈식 긴축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부자세 등 성장촉진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 지출을 줄이기 보단 증세로 내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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