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 3남이 후계자로…삼성 대권 쟁취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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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2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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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왼쪽)과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80년 삼성 본관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은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삼성이 하는 일은 모두 호암의 결재를 받아 처리했을 정도다.

호암이 이뤄놓은 경영 성과는 이 같은 세심함과 냉철함의 결과였다. 그런 호암이 장남인 이맹희를 제쳐두고 3남인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한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호암은 이맹희에게 그룹을 물려줄 생각으로 10년 이상 경영수업을 해왔다. 이 회장에게는 미디어 관련 계열사를 물려줄 생각이었으며, 이 때문에 이 회장의 첫 직장도 동양방송이었다. 하지만 호암은 1977년 마음을 바꿔 이 회장에게 대권을 넘기기로 결정한다. 후계자 변경의 대략적인 이유는 호암의 자서전인 호암자전에 실려있다.

호암은 "장남 맹희에게 그룹 일부 경영을 맡겼더니 6개월도 안 돼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며 그룹을 이끌어갈 인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차남인 이창희에 대해서는 "많은 회사와 복잡한 조직 하의 많은 사람을 거느리는 것에 흥미를 갖기보다 작은 규모의 것을 건전하게 경영하고 싶다는 본인의 희망이 있었다"고 서술했다.

이 회장을 후계자로 점찍은 배경에 대해서는 "본인이 통합경영에 뜻을 두고 성의껏 노력하고 있으므로 삼성의 경영을 계승시키기로 했다"고 짧게 설명했다.

이 회장의 공식 취임일은 1987년 12월 1일이지만 본격적으로 회장직을 수행한 시점은 호암이 타계한 지 하루가 지난 11월 20일이었다. 11월 19일 오후 당시 삼성물산 회장이었던 신현확 회장은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호암의 유지를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최적임자는 이 회장이라며 이 회장을 차기 수장으로 추대했다. 이미 삼성 내에서는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이 완료돼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호암이 이 회장에게서 발견한 경영자로서의 자질은 어떤 것이었을까. 호암과 이 회장은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호암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엄청난 공을 들여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를 거듭했다. 사업 추진력도 대단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시켰다. 이 회장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 못지 않은 지식을 자랑할 정도로 정보수집과 연구에 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고위 인사는 "이 회장은 엔지니어와 비슷한 수준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다"며 "기술과 함께 창의력도 뛰어나 기술개발에 힌트를 제시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사업에 대한 집념은 오히려 호암을 능가할 정도였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반도체 사업도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시작됐다. 호암이 1966년 한국비료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복귀한 뒤 관심을 가졌던 부문은 전자산업이었다. 부가가치가 큰 전자산업이 삼성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 때 이 회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반도체 사업 진출을 주장했다. 호암은 기술이 부족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반도체 사업은 삼성과 맞지 않는다고 여겼지만 이 회장의 고집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모태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이후 적자가 계속되고 기술적으로도 답보상태가 이어졌지만 이 회장은 불굴의 의지로 이를 극복하고 결국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 뚝심을 보여줬다.

사람을 보는 눈이 뛰어났던 호암은 이 회장의 이 같은 면을 간파하고 차기 회장직을 넘겨줬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회장은 호암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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