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영훈 기자= 2011년 11월 23일. 이건희 삼성 회장 취임 25주년을 일주일 여 앞둔 이날 서울 증시에서는 삼성그룹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142만9000원. 액면가 5000원인 삼성전자가 1975년 6월 증시에 상장된 이래 37년 만에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지금까지 없던 시세를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증권가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200만원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단기적인 전망을 기준으로 본다면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업부문에서 5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벗어나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디지털 TV부문 글로벌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이 같은 놀라운 실적이 최근의 추세인 원화강세 속에서 달성됐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다.
필자는 애널리스트들의 이 같은 중단기 전망과 다른 시각에서 이번 삼성전자 상승 흐름을 '이건희 회장 주가 랠리'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싶다. 스티브 잡스의 존재감에 따라 애플컴퓨터의 주가가 흥망성쇠를 같이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 회장이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경영이념을 현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핵심가치인 '인재제일·최고지향·변화선도·정도경영·상생경영'의 5대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시각에 힘을 붙여주는 요인이다. 아마도 정부관료 시각에서 '상생경영'이 미흡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삼성이 벌어들이는 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회적인 기여분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사실 한국 경제를 생각하면 속된 말로 '뒷골이 땅긴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며 이로 인한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은 '안보 위기'에 버금가는 국가적인 위험요인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년 동안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 중이다.
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사례가 이건희 회장이 이끌어온 삼성전자다. '글로벌 1등 기업' 삼성전자가 일궈낸 성적표인 법인세를 보면 2012년 결산 실적을 기준으로 추산해 볼 때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법인세 납부액이 2조431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가치경영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여기에 삼성 임직원 8만8307명이 내는 근로소득세와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주주들이 내는 배당소득세를 합산해보면 삼성전자 한 기업이 국가 재정에 기여한 금액은 10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국가예산은 어림잡아 320조원 정도. 우리 인구의 0.2%에 불과한 삼성전자 주주 및 임직원이 국가 예산의 3%가 넘는 세금을 내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삼성전자와 같은 초일류 기업을 20~30개 만든다면 국가 재정이 더욱 튼튼해질 수 있다. 재벌에 대한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재벌을 포함한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국가에 내는 세금은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률과 주가수익비율(PER)이 좋은 단순 우량주가 아니라 성장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미 5대 신수종 사업의 밑그림을 완성한 후 R&D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대규모 설비투자로 이어질 전망이다. 바이오와 태양광 등 미래 핵심산업에서 '이건희 스타일' 경영이 이어진다면 성공 확률은 매우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경영수업을 마치고 '리틀 이건희'로 실전에 투입돼 삼성그룹의 글로벌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들은 이 회장이 호암의 경영철학을 이어왔듯이 '이건희 DNA'로 무장하고 신수종 사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그룹의 미래에 대한민국의 앞날이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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