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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공채 뚫은 장애우 박기범씨 “위기예측모델 만드는 것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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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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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률 33.5:1 뚫고 당당히 합격

한국은행 공채에 합격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08학번 박기범(23)씨. (사진=한국은행 제공)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제가 대학에 입학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기업과 자영업자가 도산하는 것을 보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성장기에 겪었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 위기를 예측해 대응하는 ‘위기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한국은행 공채에 합격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08학번 박기범(사진·23)씨의 포부다. 박씨는 시각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중증 종합1급’장애인이지만, 내로라 하는 인재들이 몰리는 한은 공채에서 당당히 선발됐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2급 장애인을 채용한 적이 있지만 1급 중증 장애인 선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씨는 고도가 가장 높은 안경을 쓰고도 시력 검사판이 안 보일 정도로 시력이 약하다. 여기에 중학교 시절 뇌출혈로 뇌병변 장애까지 갖게됐다.

이 때문에 시험문제조차 제대로 읽기 힘든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었지만, 그는 ‘암산과 빨리 풀기’로 극복했다.

박씨는 “남들처럼 읽지 못할 바에는 빨리라도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 암기력과 암산력, 통찰력을 기르는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안경을 쓴 채 돋보기까지 들고 와 시험을 치렀지만 다른 응시생보다 문제를 읽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자신만의 무기인 것이다.

박씨가 감격스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날은 지난 22일이다. 이 날은 박씨 어머니의 생일이고, 아버지의 생일도 20일이어서 기쁨은 두배, 세배가 됐다.

박씨는 장애가 불편했던 것은 맞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집중력이 오히려 무덤덤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신체적 불리함을 이겨내기 위해 암기력·암산력·통찰력을 기르는 과정이 더 강해지고 성장하는 발판이 된 것이다.

박씨는 전남 화순 능주고등학교에서 처음에는 전교 180명 가운데 160등이었지만 졸업 때는 전교 5등까지 올랐다. 그는 취업준비를 하면서도 다른 기관이나 회사는 아예 지원하지 않고 한국은행 단 한 곳에만 집중했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한은의 일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만큼, 세계 경제위기 예방에 젊음 불태우고 싶다”고 말했다.

정상돈 한은 인사관리팀장은 “박씨가 비장애인들과 어깨를 견줘 합격한 것은 한은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앞으로 박씨가 불편함 없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부서에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조만간 선발할 6급 직무직 15명 중 3명을 장애인에게 할당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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