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PGA투어 Q스쿨에서는 어느 선수가 눈물을 흘릴 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은 타이거 우즈.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지옥의 레이스’로 일컬어지는 미국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 최종전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PGA웨스트에서 시작된다.
Q스쿨 최종전에는 한국(계) 선수 10여명을 포함해 172명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엿새동안 커트없이 108홀 스트로크플레이를 펼쳐 공동 25위안에 드는 선수들에게 이듬해 투어카드(출전권)를 부여한다.
Q스쿨을 통한 미PGA투어 ‘직행’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그래서 경쟁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미PGA투어 진출권이 걸린 Q스쿨에서는 1타차로 희비가 갈린 일이 많았다. Q스쿨에서 쓰라림을 맛본 선수, 행운을 잡은 선수는 누구인가.
◆90㎝거리에서 3퍼트를…
미국 골프채널 분석가로 활동중인 찰리 라이머는 1990년대 후반 Q스쿨 최종전에 나갔다. 그의 아내는 임신 4개월의 몸으로 13개월 된 아들까지 데리고 남편을 응원했다. 최종일 전반을 이븐파로 마친 그는 후반에 5∼6언더파를 쳐야 합격권에 들 수 있었다. 11∼13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고 기세를 올린 그는 14번홀에서도 어프로치샷을 홀옆 90㎝지점에 붙여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그 홀에서 제동이 걸릴 줄은 몰랐다. 버디퍼트가 홀 가장자리를 스치는가 싶더니 1.2m나 지나가버렸다. 파퍼트도 홀을 빙그르르 돌아나와버렸다. 버디가 보기로 변한 것. 그는 15∼17번홀에서 3연속 버디로 만회했다. 후반 마지막 여덟개 홀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1타차로 낙방했다. 짧은 거리에서 3퍼트를 한 탓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는 그 뒤로 Q스쿨에 응시하지 않았다. Q스쿨 중계장면도 일부러 외면해왔다. 그러나 직업상 어쩔 수없이 쓰라린 추억을 토로했다.
◆아! 30㎝ 퍼트
지난 4월 나비스코챔피언십 최종일 최종홀에서 김인경은 36㎝거리의 파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연장전에 끌려가 2위를 하고 말았다. 김인경보다 약 9년 전에 쇼트퍼트를 실패해 눈물을 흘린 선수가 있었다. 강욱순이다. 2003년 한국프로골프투어를 휩쓴 강욱순은 그해말 플로리다주 오렌지카운티내셔널GC에서 열린 미PGA투어 Q스쿨에 응시, 최종전까지 무난히 진출했다. 최종일 17번홀까지도 잘 버텼다. 마지막 홀만 파로 막으면 최경주에 이어 둘째로 미PGA투어에 진출하는 한국선수가 될 판이었다. 최종홀에서 5m버디퍼트는 홀에서 약 30㎝ 떨어진 지점에 멈췄다. ‘이 퍼트쯤이야’라고 생각했을까? 그러나 볼은 홀을 외면했다. 보기였다. 강욱순은 합계 6언더파로 공동 35위였다. 당시 합계 7언더파까지의 34명에게 이듬해 투어카드를 줬다. 강욱순은 1타, 바로 30㎝ 퍼트를 놓친 탓에 미국 무대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 뒤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거장’ 앞에서 섕크를 내다니
트립 아이젠하워는 1991년 PGA웨스트에서 열린 Q스쿨에 응시했다. 한 파4홀에서 8번아이언샷이 악성 섕크가 나며 오른쪽 언덕으로 날아갔다. 볼 옆에 다가가니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있었다. ‘20세기 최고의 골퍼’라는 잭 니클로스였다. 니클로스는 당시 아들(게리)이 Q스쿨에 응시해 갤러리로 참관했다. 아이젠하워의 머리속에는 프로가 섕크를 냈다는 수치심, 최고의 골퍼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음샷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오버랩됐다. 자신의 골프인생에서 ‘최고난도 샷’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린을 향해 다음 샷을 했으나 정신이 없었다. 그는 Q스쿨에서 탈락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니 행운도
재미교포 존 허는 지난해 Q스쿨 최종전에서 공동 27위를 기록했다. 공동 24위가 세 명이었으므로 26명에게만 투어카드가 주어질 판이었다. 그러나 미PGA투어에서는 존 허에게도 투어카드를 준다고 발표했다. 합격자가운데 두 명이 중복합격(2부투어 상금랭킹 기준 충족)하면서 그 자리를 존 허가 이어받은 것. 대타가 만루홈런을 친 격일까. 올해 투어에 진출한 존 허는 1승을 거두며 상금(269만여달러)랭킹 28위로 마감했다. 한국(계) 선수 9명 가운데 최고성적이다. 그가 ‘1타차나 2타차나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자포자기했으면 올해의 영광은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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