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아주중국> 시진핑시대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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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0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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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만나 본 지도자 ‘시진핑’

글 조윤선 기자

18대 당대회 폐막식에서 투표하는 시진핑

지난 11월 15일 공산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에 오르며 향후 10년 동안 중국을 이끌어나갈 시진핑(習近平)은 한국 내 지인이 많다. 푸젠(福建)성, 저장(浙江)성, 상하이(上海)시 등 연안의 개발지역에서 개혁개방을 진두지휘해와 한국을 방문한 경험도 많고, 한국기업을 만난 적도 많다. 비교적 한국 상황에도 정통한 편이다.

시진핑 총서기는 2005년 7월 외교통상부 초청으로 공산당 대표단을 인솔하고 이틀간 방한했고 2009년 12월에도 공식 방한한 바 있다. 당시 시진핑은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차기 최고지도자를 예약한 상태여서 대통령을 포함해 한국 최고위층을 두루 만나고 SK, LG, 삼성, 효성 등 기업 인사들과도 접촉했다.

특히 공산당 고위당원 재교육기관인 중앙당교를 오래 지원해온 삼성은 중앙당교 교장을 겸직해온 시진핑과 오래 전부터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전 삼성전자 상임고문),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은 직접 시진핑과 면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을 만나봤던 사람들의 대체적인 인물평은 “진중하고 언행에 조심하면서도 경청하는 태도와 비상한 기억력과 총명한 재기에 무게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 박준영 지사 “라오펑여우라고 부르는 사이”
박준영 전라남도 도지사는 시진핑 총서기와 가까운 대표적인 우리나라 측 인사로 꼽힌다. 지난 4월 박준영 전라남도 도지사는 시진핑을 만나 돈독한 친분을 과시했다. 시 총서기는 이날 박 지사를 ‘라오펑여우(老朋友, 오랜 친구)’ 라고 부르며 환영했으며 여수 엑스포에 많은 중국인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당시 부주석이었던 시진핑이 한국의 시·도급 지방자치단체장을 면담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두 사람 간의 개인적 친분이 긴밀함을 의미한다.

시 총서기와 박 지사 간의 인연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저장(浙江)성 서기였던 시진핑은 자매결연을 하고 있던 전라남도를 방문했으며 박 지사의 극진한 환영과 세심한 배려에 상당한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시진핑이 상하이(上海) 당 서기로 옮기고 나서 박 지사가 상하이를 방문, 당시 재개발로 철거 위기에 있었던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남겨달라고 부탁하는 등 여러 차례의 교류를 통해 서로 호감과 신뢰가 쌓였다고 한다. 2007년 이후 이날 약 5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약 40분간 대화를 하며 회포를 풀었었다.

박 지사는 당시 시진핑에 대해 “차분하면서 진지하게 상대방 이야기를 경청하는 그의 모습이 크게 다가왔다”며 “이웃나라, 특히 한국 역사, 문화, 경제 등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이해, 깊이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내 거주하는 중국인 수, 중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수까지 정확히 말하고 무역 규모도 꿰뚫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지사는 “앞으로 중국이 빈부격차나 소수민족 간 갈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지만 화합의 리더십을 갖고 있는 시 총서기는 이를 충분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은 물론 세계 평화와 공존을 지혜롭게 끌고나갈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손학규 고문 “큰 나라 지도자의 풍모”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민주당 대표를 역임하던 지난해 7월 베이징을 방문해 당시 국가부주석이었던 시진핑과 면담했다. 손 고문은 양국의 여러가지 현안을 논의하면서도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진핑은 이에 “한국에서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적극 지지한다. 이웃나라에서 좋은 대회가 치러지면 우리에게도 좋은 소식”이라고 화답했다. 회견은 50여분 지속됐고 회담 말미에 손 고문은 박지성 선수의 사인이 담긴 축구공을 시진핑에게 선물로 건넸다.

당시 손 고문은 “어제 박 선수에게 ‘시진핑 총서기가 축구를 좋아하니 사인을 해달라’ 고 부탁했다”며 “박 선수가 직접 사인한 축구공을 전달했는데 (시 총서기가)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손 고문은 “시 총서기가 중국축구에 대한 소원을 말했는데 중국의 월드컵 4강 진출, 월드컵 개최, 올림픽 금메달 등이었다”며 “그래서 내가 ’중국 공산당 100주년까지 분명히 월드컵에 진출하고 4강도 진출할 것이며 2008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소개했다.

손 고문은 “시진핑은 제가 하는 이야기에 대해 메모도 하지 않은 채 경청을 했고, 제가 얘기한 많은 내용에 대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한꺼번에 답을 했다”면서 “10분여 동안 드렸던 말씀을 머리에 모두 기억해서 하나하나 대답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한중 교류인원이나 무역규모 투자규모 등에 대한 정확한 숫자를 메모를 보지 않은 채로 말을 하길래 놀랐다”며 “대단히 성실하고 견실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손 고문은 “대단히 정중하면서 무게 있고 신중하면서도 성의있게 손님을 접대하는 모습을 보니 큰 나라 지도자다운 기상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규형 대사 “화두는 단연 축구”
시진핑 총서기는 지난 8월3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이규형 주중한국대사와 한시간 반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대사는 “같이 입장해서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눴는데 온화하고,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해주더라”고 전했다. 그리고 시 총서기가 당시 “한중수교 20주년 행사는 뜻깊은 일이고 기뻤다면서 양국관계가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네왔다”고 소개했다.

시 총서기는 식사하면서 이 대사에게 “대사께서 경극을 잘한다고 들었다”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어갔고 축구로 화제가 넘어갔다고 한다. 당시는 런던올림픽 축구 3-4위전에서 한국이 혈전을 벌인 끝에 일본을 이긴 직후였다. 시진핑은 “20년 전에는 한국·일본·중국의 축구 수준이 비슷했는데 지금은 한국 축구가 강하다”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시진핑은 “중국도 외국의 유명한 코치와 감독을 초빙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해외로 보내 훈련을 받게 하는데도 잘 안된다”며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규형 대사가 “얼마 전 한중 프로축구팀 간 경기에서 중국 팀이 대승을 거둔 적도 있다”며 중국 축구도 잘한다고 하자 시진핑은 “그 당시 중국 팀은 광저우 헝다로, 한국인 이장수 감독이 있었을 때”라고 말해 축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시진핑은 “과거에는 축구를 즐겼는데 지금은 보는 걸 즐긴다”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2005년과 2009년에 한국을 방문해 4년마다 한국을 찾으셨다”며 “다시 4년이 되는 내년(2013년)에 한국을 방문하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자 시 총서기는 “법칙이 그렇다면 따라야겠네요”라며 화답했다고 전해진다.

◆ 이세기 회장 “대인의 카리스마 느껴져“
중국의 차세대 지도부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은 시진핑 총서기에 대해 “통 크고 소탈하며 겸손한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4선 의원과 국토통일원•체육부 장관을 지낸 이 회장은 한중친선협회 회장으로서 시진핑 총서기, 리커창 부총리를 비롯한 차기 지도부들과 친분을 쌓아 왔다.

이 회장은 2005년 4월 저장성 닝보(寧波)의 강연회에 참석했을 당시 저장성 당서기이던 시진핑을 처음 만났고 그 해 7월 시진핑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두 번째로 만났다. 이 회장은 시 총서기가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서복공원을 직접 소개하며 동행했다. 서복은 중국 진시황(BC 259~BC 210)의 사자(使者)로서 불로초를 구하려고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 일본 등을 오간 것으로 전해지는 인물이다. 이 회장은 “시 총서기는 서복뿐만 아니라 제주도 감귤이 저장성 원저우(溫州)에서 왔다는 안내문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2009년 12월 국가부주석 취임 이후 방한했던 시 총서기를다시 만나 덕담을 건넸다. 그는 시 총서기에 대해 ”묵직한 대인배의 풍모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사람을 끌어모으는 친화력과 과감할 때는 과감한 카리스마도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회장은 ”시 총서기가 리커창 등 공청단파와도 팀워크를 잘 이뤄 화합해서 앞으로 중국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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