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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승자와 패자 '아름다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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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0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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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용환 국제경제부장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가 다시 만났다. 롬니의 입장에서는 지난달 6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3일 만의 첫 공식행사다. 이날 낮 12시 30분 백악관에 도착한 롬니는 승자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정문 대신 측면 출입구를 통해 대통령 집무실 옆 식당으로 이동했다.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과 1시간20분 정도 점심을 겸한 단독회동을 했다. 식사를 끝낸 롬니는 별다른 발표 없이 다시 돌아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만남은 개인적인 점심 자리이며 미리 정해진 어젠다 없이 오로지 둘만 만났다"며 자세한 대화 주제나 내용을 밝힐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초대로 이루어진 개인적인 점심식사였다.

사실 롬니의 입장에서는 이 자리가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대선 기간 중 정책뿐만 아니라 상대 후보의 인간적인 약점까지 건드리는 등 극단적인 대결로까지 치달았던 사이다. 그리고 승자와 패자로 갈렸다. 개인적으로 그런 사이가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롬니가 흔쾌히 승자인 오바마 대통령을 축하하고 감정의 응어리를 다 풀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승패를 떠나 국익을 위해 국민들에게 화합하는 정치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의 점심 대화 주제는 '미국의 미래'였다. 이 자리에서 어떤 초당적인 논의가 있었는지에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개인적인 감정은 잠시 미뤄두더라도 당면 최대 현안인 재정절벽 문제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 논의와 경제 부양, 중동과 아시아에 걸친 외교정책 등 미국의 미래를 위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롬니는 대통령과의 오찬에 앞서 이미 러닝메이트였던 폴 라이언 하원의원(위스콘신주)을 만났다. 라이언 하원의원은 내년 새로 개원하는 하원에서도 예산위원회를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된다. 아마 재정절벽 협상에 대한 공화당의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이다.

참 보기좋은 모습이다. 불편할 것 같은 이 만남이 사실은 미국 정치의 힘인지도 모른다. 대선 승리 후 험난한 과제를 안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경쟁자였던 롬니에게 손을 내밀어 승자가 패자를 위로하고 조언을 구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선에서는 정적이었지만 선거가 끝난 뒤엔 국익을 위한 국정파트너로 나서는 두 사람의 모습에 미국 국민들은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도 상대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정권인수위원회가 있던 시카고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회동 이후 금융위기 타파, 신에너지 경제 창출, 국가안보 강화 등의 측면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미국의 정치는 화합의 전통을 만들었다.

정권만 바뀌면 볼썽사나운 모습이 반복되는 우리네 입장에서는 참 부러운 모습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도 지금 대선정국으로 분주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대결로 압축됐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는 모양이 이상하게 됐다. 단일화는 단일화인데 아름답지는 못한 모양새다. 단일화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안철수의 입장에서는 어정쩡한 행보다. 앞으로 문재인 후보와의 만남도 불확실하게 보인다. 어떤 모양으로든 이뤄지겠지만 문재인 후보 지원도 한 발짝 떨어진 간접지원 방식이 될 모양이다. 문 후보 측에서는 내심 불만이 많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토로할 상황도 아니다. 어쨌던 참 어색한 모양새가 됐다.

대선도 17일밖에 남지 않았다. 정책대결보다 네거티브 선거전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유권자들이 원치 않는 모양새다. 승부는 이변이 없는 한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로 결정될 것이다. 대선이 끝난 후 두 후보가 앙금을 털고 국익을 위해 손을 맞잡을 수 있을지, 우리도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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