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 햄·소시지 판매 허용…정육점 ‘살리기?’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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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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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정부가 내년 2월부터 정육점에서 햄·소시지 등 식육가공품 판매를 허용한다. 대형마트에 밀린 동네 정육점을 살리고 돼지고기 소비를 늘리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법 개정이 일부 대형 정육점에게만 적용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면적·위생시설 등을 판단해 식육가공품의 판매허용여부를 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4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2월부터 축산물위생관리법령 개정을 통해 식육판매업을 ‘식육·가공품판매업’으로 영업범위를 확대한다.

법이 개정되면 한번의 영업신고로 식육뿐만 아니라 식육가공품도 제조·판매할 수 있게 된다. 즉, 일반 정육점에서도 햄·소시지 등 식육가공품을 직접 제조해 판매할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현행법상 식육판매업 외에 추가로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신고를 해야 비로소 식육가공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고기 소비가 구이에 적합한 부위에 편중돼 있다”며 “삼겹살·목살 등은 수입하는 반면, 앞·뒷다리 등 저지방부위는 공급과잉으로 남아도는 문제점이 있어 이같은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뒷다리를 비롯한 돼지등심 등의 부위는 식육가공품의 원재료로 사용된다.

정부는 식육가공산업 육성을 위해 식육가공품을 판매하는 정육점을 대상으로 시설자금, 기술 교육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의 법 개정에 따른 수혜가 일부 대형 정육점에게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가 위생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일정규모 및 시설기준을 확보한 정육점의 경우에만 식육가공품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금가지 정육점의 경우 26m²(8평) 이상의 영업장을 구비해야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나라에서 ‘권장’해 왔다. 이는 규모가 비록 8평에 미치지 않더라도 영업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식육가공품 판매에 있어 정부는 허가방식을 ‘권장’에서 ‘강행’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즉, 정부가 정한 기준에 규모가 조금이라도 못미칠 경우 식육가공품 판매를 할 수 없다. 단, 정확한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정육점은 내부에서 손님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많지 않은 영업 특성상 규모가 작다. 축산기업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정육점 크기는 10평에 못미친다.

축산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햄·소시지 등의 식육가공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커터기, 분쇄기, 믹서기, 충전기, 가열기, 포장기 등 여러 장비가 필요하다"면서 "매장 규모가 최소 100㎡(30평)은 돼야 이같은 시설들을 모두 구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대다수의 정육점이 규모 미달로 식육가공품 판매를 거부당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시설을 구비하기 위한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시설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4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비용이 든다는 게 농식품부 측 설명이다. 아직 갓 추진 단계라 별다른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정부가 이대로 법 개정안을 통과할 경우 중·소형 정육점들이 특혜 논란을 이유로 반발할 수도 있다고 업계 측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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